중동과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첫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불가역적 수준으로 심화’시키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UAE 100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명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서 한국과 UAE가 원전 협력, 아크부대 파견 등을 통해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인공지능(AI) 원전 국방 문화 등에서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를 포함한 총 7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양국 협력 강화는 각자의 특장점을 살리면서 보완할 수 있는 분야가 거의 망라됐다. 한마디로 UAE의 자본과 자원, 한국의 기술이다. 우선 눈에 띄는 건 AI다. 현재 UAE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일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한국이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UAE가 교체를 검토하는 각종 군사 장비 체계도 가성비 높기로 유명한 K-방산과의 합작 대상이다. 원전은 바카라를 계기로 이미 한국의 기술력을 UAE가 인정하고 있어 심화 발전 가능성은 더 높다. ‘K-컬처’까지 합하면 양국 협력으로 인한 경제 유발 효과는 1000억 달러(146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단순한 교역 확대에 그치지 않고 공동 개발과 공동 시장 개척을 도모하기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과 UAE가 협력을 다짐한 분야는 부산 울산 경남 산업과 거의 맥을 같이 한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방산의 경우 UAE가 도입 검토하는 K-9 자주포, KF-21 전투기 등의 핵심 생산 현장이 경남 창원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이번 정상회담 전 UAE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AI 산업에서는 데이터센터 구축 외에 항만 실증 사업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현장이 부산항이다. AI로 부산항과 아부다비 칼리파항을 대상으로 AI 항만 물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원전은 산업 생태계가 부울경에 가장 잘 구축돼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폭력적인 관세 정책으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얻어낸 미국 조선업 회생 프로젝트(‘마스가’)와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은 과실이 부울경에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8월 이 대통령 방미 때 양국이 체결한 MOU 11건 중 5건이 부울경 기업이었다. 부울경이 국가를 먹여 살리는 핵심 산업 벨트임이 다시 한번 증명된 것이다. UAE는 복잡한 중동 정세에서 비켜나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국제도시를 일군 나라다. 이 대통령의 이번 중동 아프리카 순방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있는 한국 상황을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타개할 수 있는 기회다. 침체된 부울경에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