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마산지원. 국제신문 DB

잠수함 관련 구조물 제작 도면 등 국가 전략물자를 정부 허가 없이 해외로 유출한 해군 중령 출신의 방위산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3단독(김남일 부장판사)은 최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업체 대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법원은 A 씨가 운영하는 법인에는 벌금 150억 원을 내고 950억 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A 씨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직원들로부터 전달받은 어뢰 발사관 상세 설계 기술이나 저장고 제작 도면 작성 기술 등을 대만에 무단으로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대만 정부와 1억 1000만 달러 규모의 납품 계약을 체결한 뒤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A 씨가 넘긴 기술은 전략물자로 분류됐다.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로 지정·고시된 품목을 수출하려는 자는 방위사업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A 씨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대만은 이를 이용해 2023년 자체 건조한 첫 잠수함인 ‘하이쿤’을 개발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만에서 제공받은 역설계 도면이 원천 기술이며, 자신이 건넨 도면은 이런 원천 기술을 토대로 보완하거나 변환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설계 도면이란 이미 완성된 제품 등을 분석해 다시 만들어낸 도면을 말한다.

재판부는 도면이 작성될 때 역설계 도면이 일부 이용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없는 데다 원천 기술이 대만에게 있다고 보기에는 계약 금액이 큰 점 등을 비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출 상대방이 동아시아 내에서 주변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대만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안보에 큰 위협을 가져올 수 있고, 자칫 외교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대외무역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계약 이행에만 몰두해 추가로 범행을 저질렀고, 수사가 개시되자 보완기술 수출이라는 대응 논리를 만들어 처벌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