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SK에너지㈜ 및 현대오일뱅크㈜가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과 관련, 제재를 위한 심사에 들어갔다. 두 회사가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에서 최종 판정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무처가 이 사안과 관련해 조사한 행위 사실, 위법성 및 조치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제출하는 한편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심의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뜻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2026년 3월까지 약 4년간 휘발유·경유·등유의 판매가격 관련 정보(입금가·확정가·판매 정책)를 서로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판매가격(입금가)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상호 정보 교환 등의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44조1000억 원(하루 평균 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사무처는 이런 행위가 가격 담합 및 정보 교환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어기는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앞으로 공정위는 철저한 검토를 거쳐 법 위반 여부를 가린다. 아울러 가격 담합 등이 사실로 판명 나면 구체적인 제재 수준도 확정하기로 했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 제출, 증거자료의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을 보장받을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제조·판매시장 구조는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생산한 제품을 직접 또는 주유소·도매업체 등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2025년을 기준으로 할 때 관련 산업 매출액은 30조8000억 원(하루 평균 844억 원)이다. 업계별 시장 점유율은 SK에너지 28.1%, 현대오일뱅크 21.0%, GS칼텍스 23.3%, S-OIL 25.5%로 이들 4개사가 98%를 차지한다. 약 30년간 신규 정유사의 진입이나 기존 정유사의 이탈 없이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이런 이유로 시민단체 등에서는 대기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과점시장’이 형성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휘발유·경유·등유 등은 일상생활 및 경제 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원이어서 대기업의 가격 담합 등이 발생하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열어 제재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