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가 날로 극단화되고 저급하게 흐르는 배경에는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가 큰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숏츠는 1분 미만의 짧은 유튜브 영상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력한 정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긴 텍스트의 신문을 잘 보지 않고 긴 영상도 답답해하는 세태의 입맛에 맞게 핵심 메시지만 뽑아서 간명하게 전달하는 매개체로 활용된다. 지지층을 넘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줘 인지도를 높이는 유효한 수단이다.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에게 국정이나 현안을 알리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임팩트만 강조하다 보니 사안의 전체적인 맥락은 거세되고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은 소위 ‘오늘의 쇼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처럼 국민에게 현안을 설명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엄중한 자리에서 고성과 막말, 인신공격, 입틀막 같은 저급한 정치가 일일연속극처럼 재생된다. 조회수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정치상업주의가 판을 친다. 유튜브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극단적 진영 대립과 혐오를 확산시킨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진보당 손솔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나? 지금 법복 입고 정치하는 것 아니냐고 많은 국민이 묻고 있다”고 물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정색했고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며 국감장이 마비됐다. ‘오늘의 쇼츠’로 손색이 없는 소재다.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두고 여당은 조 대법원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압력에 맞서 삼권분립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을 묻는 손 의원의 질문은 정치적 본질을 벗어나 인신공격 내지는 망신주기 목적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기형적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 비례대표 폐지론의 근거를 비례대표 출신 의원들이 제공하는 셈이다.
정치의 품격이 사라졌다는 지적은 꽤 됐다. 이미 거친 정치에 내성이 생긴 구독자를 위해 이제는 더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말이 나올 것이다. 뒤틀릴대로 뒤틀린 정치를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지 우려된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