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낙원’을 떠올렸을 만큼 날씨가 화창했던 9일 한낮,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루프씨어터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실낙원’ 야외무대인사 행사가 열렸다. 연상호 감독과 주연 김현주 배우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현장을 찾은 구름 관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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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루프씨어터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실낙원’ 야외무대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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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은 올해 9월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돼 뜨거운 호응을 끌어낸 기대작이다. 한국에서는 오는 21일 개봉할 예정이다. 정식 개봉에 앞서 올해 BIFF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이날 오후 4시 20분 상영을 시작으로 10일, 13일, 14일 한국 관객과 최초로 만난다.
9년 전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여성이 있다.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의 아들을 접하며 슬픈 삶을 버티던 여성 앞에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돌아온다. 영화에서는 첨단과 미래의 상징 AI 안경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연상호 감독은 “어두운 심리스릴러”라고 소개했다. 진행자가 “감독님 영화 가운데 가장 어두운 영화인 것 같다”고 하자 그가 답했다. “맞습니다.”
베테랑 김현주 배우는 “저는 아이가 없다 보니 자식을 잃은 엄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은 했다”면서도 “한 인물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 도전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이 김현주 배우와 함께 그간 많은 작품을 만든 것을 떠올리며 진행자가 “감독님은 김현주 배우의 왕팬인 것 같다”고 묻자 연 감독은 “굉장한 팬이 맞다”고 즉각 답했다.
그러면서 객석을 향해 “제가 ‘국물이’라고 선창할 테니 여러분이 ‘끝내줘요’라고 답해달라”고 부탁했다. 순식간에 넓디넓은 루프씨어터 객석에 “국물이 끝내줘요”가 울려 퍼졌다. 오래 전 김현주 배우가 TV 광고에서 표현해 국민 유행어가 됐던 바로 그 문구다.
연 감독은 작품 탄생을 둘러싼 일화도 들려줬다. “제 어머니는 지금도 명절에 찾아뵈면 진짜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신다. 어머니께서 제가 이쪽 일 하는 것을 안쓰럽게 여기고, 힘들지 않냐고 걱정하는데 어느 명절에 가니 연습장을 내놓고는 한 번 읽어보라고 하시더라.” 그 연습장에 담긴 이야기는 ‘실낙원’의 씨앗이 됐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께 ‘정가’를 지불하고 이야기의 ‘판권’을 산 뒤 2020년부터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6년 동안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며 만들어낸 영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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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실낙원’ 연상호 감독(가운데)과 김현주 배우(으론쪽)가 제31회 BIFF 야외무대인사에서 관객과 만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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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배우는 “한 인물의 내면을 내 안에서 끄집어내 극대화하는 일은 배우로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지만 매우 재미있는 작업이기도 하다”며 “이번 영화에서 AI 안경을 쓰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잃은 아이를 눈앞에서 만나는 장면을 표현할 때 찡했다”고 떠올렸다.
연 감독은 이 첨단 영화의 원천이 인문 고전과 이어져 있다고 밝혔다. “존 밀턴이 쓴 고전 ‘실낙원’(Paradise Lost)은 유명하다. 이브와 아담이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따 먹고 낙원에서 쫓겨난 뒤 그 낙원을 영원히 그리워한다. 나는 여기서 인간 정체성의 시작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실낙원’은 이 AI 시대에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묻는다”며 고전과 영화 사이 상관관계에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현주 배우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많은 관객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못하고 몸을 앞으로 당겨 영화를 보시더라. 깊이 몰입한다는 걸 느꼈다”며 “한국 관객도 그렇게 몰입해서 봐주신다면 정말 좋겠다”고 야외무대인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다른 일정이 있어 오늘, 이 자 리에 못 온 아들 역할 배현성 배우의 뛰어난 연기도 눈여겨봐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연 감독이 끝으로 말했다. “김현주 배우의 연기가, 끝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