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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아크로호 승선원·전문가 등 해수부 기자간담회서 밝혀

  •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   입력 : 2026-10-22 19: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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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부산항 자성대부두에 50일간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친 팬스타 아크로호가 정박해 있다. 장동혁 기자 jdh4320@kookje.co.kr
- “운항기간 단축·화물규모 등 많은 가능성 확인한 시간”

“수많은 유빙에 갇혔을 때 더는 운항을 지속하지 못할 것 같았고, 매일 돌발 상황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무사히 돌아와 다행스러우며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영광스럽습니다”. ‘팬스타 아크로호’ 박지정 일등항해사 겸 운항감독관은 22일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박 항해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선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참여했다.

지난 8월 22일 부산을 출항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극해를 통과, 유럽에 기항한 뒤 다시 북극해를 통해 지난 11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박 항해사의 표현대로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시범운항이었지만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박 항해사는 “지난 8월 31일에서 9월 1일로 넘어가는 시점 북극해역 척치해 브랑겔섬 남쪽에 있었는데, 유빙이 많이 떠내려 왔다. 앞이 안 보여 레이다에만 의존해야 했다”며 “운항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 시야가 확보되면서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유빙만 문제가 아니었다. 저온과 극한의 기상 여건도 극복해야 했다. 베테랑 항해사인 그도 북극해에서의 시차 적응은 극복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1시간 시차에 해당하는 경도 15도를 지나는 데 적도 해역에서는 보통 사흘이 걸리지만, 북극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박 항해사는 “잠을 잘 시간에 해가 떠 있고, 업무 시간에 해가 지는 등 승선원 모두 생체 리듬이 깨져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예상치 못한 변수 속에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범운항을 통해 분명 큰 성과를 거뒀다는 게 박 항해사의 설명이다. 그는 “극지 환경에서 선원뿐만 아니라 선박 기계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수온과 기온 변화 등 데이터를 습득했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도 파악했다”며 “이번 시범운항에서 쌓은 경험과 데이터가 정기항로 개설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운항의 경제성 분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과 승선한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정달 팬스타라인닷컴 이사는 “이번 운항을 통해 북극항로에서 5000~6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도 무난히 운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운항 기간 단축 효과가 확인된 만큼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는 화주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2758TEU급으로, 규모가 더 큰 선박에 더 많은 화물을 싣고 나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무성 한국선급 책임검사원은 “내빙 등급이 가장 낮은 수준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항로를 운항했다. 고성능 내빙선이나 쇄빙선으로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선박과 경로, 화물 등을 다양화해 추가 시범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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