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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21> 광대·딴따라·예술가- 춤을 힘들게 하는 것

‘열정’ 같은 소리는 그만 … 배고픔과 멸시에 날지 못하는 춤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12 19:01:1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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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고 큰 사람이라 붙여진 ‘광대’
- 정작 현실에선 가장 낮은 신분
- 일제 땐 ‘딴따라’로 불려지며
- 예술인 업신여김 당하기도

- 아직까지도 사회 편견은 여전
- 전문성 길러도 수입은 쥐꼬리
- 최빈곤층서 벗어나오질 못해

- 경제 안정 돕는 예술강사제도
- 연습시간 부족에 부상위험 감수
- 즐기면서 만들어야 관객도 즐겨

전해오는 이야기 하나. 옛날, 어느 겨울 광대 부부가 언 강을 건너던 중에 그만 얼음이 깨졌다. 물에 빠진 남편은 허우적댔고, 당황한 아내가 멀리 강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애타게 도움을 구했다. 사람들은 머리에 탈을 얹은 광대 부부가 무슨 공연을 하는 것으로 여기고 깔깔대며 웃기만 했다는 내용이다. 절박한 슬픔마저 남의 웃음거리가 되는 광대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고려 시대까지 가면을 쓰고 연희하는 사람을 지칭하다가 조선 시대 들어 줄타기, 판소리 등 직업 예인을 통틀어 일컫는 ‘광대(廣大)’는 ‘넓고 큰 사람’이지만, 현실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 신분이었다.
‘온댄스랩’의 젊은 춤꾼들이 2015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공연하는 모습. 춤꾼에게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부상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사진가 박병민 제공
일제강점기에 광대는 굿중패·남사당으로 불리던 유랑예인을 거쳐 ‘딴따라’에 자리를 내어준다. 딴따라는 악극단이 공연을 알리기 위해 거리에서 연주한 관악기 가락을 빗댄 표현이다. 이 단어에도 직업 예인을 업신여기는 인식이 담겼다. 1980년대 민중문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 일부 예술인은 스스로 딴따라라고 불렀다. 어느 자리에서 딴따라가 산스크리트어 탄트라(tantra)에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 흥분했었다. 힌두교의 근원적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사상이나 수행체계를 뜻하는 탄트라가 딴따라의 어원이라니! 하지만 곧 그 말이 어느 호사가의 농담이었음을 알고는 실망했다. 당시 예술인들이 스스로 딴따라라고 한 것은 삶과 괴리된 채 고상한 척하는 예술을 거부하고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이었다.

세상이 변해서 광대와 딴따라는 이제 예술가로 불린다. 하지만 과거의 인식은 그대로 남아 ‘예술가’라는 호칭 뒤에 여전히 ‘광대-딴따라’라는 꼬리표가 은연중에 붙어있다. 사회의 편견은 여전하고 예술가의 자존감은 추락을 멈추지 않고, 여느 직업 못지않은 전문성을 갈고 닦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서너 달 연습하고 공연해서 받는 사례는 밝히기가 부끄러울 수준이다.

어려워야 작품이 잘 나온다는 식으로 예술가의 피폐한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래도 작품은 좋아야지’라는 비아냥거림은 멈춘 적이 없다. 명칭만 보면 사회적 인식과 지위가 높아진 것 같지만, 신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세계에서 자본의 관심을 끌 만한 극소수를 제외하고 예술가라고 불리는 자존심 가득한 이 부류의 사회적 신분은 여전히 최빈곤층에 가깝다.
공연기획자 시절 어느 인터뷰에서 “어떤 공연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서 “만드는 사람이 즐거운 공연”이며 “관객은 그다음 문제다”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좋은 춤을 보고 싶어 하면서도 잦은 부상과 고질병, 경제적 곤궁에 허덕이는 무용가의 사정을 알지 못한다. 예술가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도입한 예술 강사 제도는 오히려 창작의 걸림돌이 됐다. 많은 춤꾼이 생계 때문에 연습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공연 참가가 어려워진 것이다. 강사비 책정이 현실에 미치지 못하기에 기본 생활을 유지하려면 온종일 강사로 뛰어야 한다. 어렵게 공연에 합류해서 전체 연습 시간을 겨우 맞추더라도 몸을 충분히 풀 여유가 없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다.

춤을 힘들게 하는 근본 요인은 ‘광대 - 딴따라 - 예술가’라는 역사를 관통하는 우리 사회의 낮은 예술 인식, 춤꾼의 부상·질병 방지와 정당한 대가 지급을 위한 제도개선을 외면한 채 가시적 결과만 중요시하는 천박한 자본과 조급한 행정의 논리다. 춤꾼과 스태프가 즐기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관객도 즐길 수 있다. 무턱대고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 말자. 춤꾼들은 이미 개미지옥 같은 현실을 죽을힘으로 버티고 있다. 춤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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