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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여행 탐구생활 <24> ‘패스’로 산복도로 둘러보기

168계단·목조가옥 … 시간 멈춘 이곳서 ‘뉴트로 맛과 멋’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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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놀자 ‘앱’ 통해 패스 구입하면
- 산복도로 카페 3곳 메뉴 선택
- 48시간 내 최대 41% 할인 혜택

- 이바구길 가파른 계단 오르며
- 영진어묵공감카페 고로케 한입
- 168빵카페선 크로아상 맛보고
- 테라스 앉아 부산항 정취 만끽

- 20분 거리 문화공감수정도 들러
- 맨발에 마룻바닥 밟으며 차 한잔
- 짧지만 알뜰했던 ‘만원의 행복’

뉴(New)와 레트로(Retro)를 합친 뉴트로(New-tro)라는 신조어가 있다.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뜻이다. 레트로가 과거의 유행을 꺼내 즐기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의 유행을 신상품처럼 즐기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뉴트로는 이미 과거의 유행을 경험한 세대가 아닌, 그 시절 유행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
   
168계단 중간 ‘168빵카페’ 테라스에서 본 풍경.
피란민의 신산한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부산의 산복도로. 산복도로가 어느새 ‘뉴트로의 성지’가 됐다. 산복도로 곳곳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낯선 풍경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10~30대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마을, 그런 마을 곳곳에 생긴 복고풍 가게는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뉴트로 풍경이다.

부산의 산복도로를 둘러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산복도로를 낀 기초단체는 저마다의 일정과 코스를 개발해 관광객에게 제안한다. 이번 회 부산여행 탐구생활에서는 ‘산복도로 패스’로 즐기는 산복도로 여행법을 체험해봤다.

   
‘야놀자’ 애플리케이션에서 ‘부산 산복도로 패스(1만900원)’를 구매하면 48시간 이내에 정해진 7곳의 가게 중 3곳에서 정해진 메뉴를 먹을 수 있다. 48시간은 패스를 처음 사용한 시간 기준으로 잰다. 가장 비싼 메뉴 3가지의 가격을 더하면 1만8500원이다. 최대 41%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리스트에 있는 식음료 가게가 모두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곳이다. 따로 검색하며 따져보지 않아도 실망할 확률이 낮다.

산복도로 패스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게는 빵집인 ‘168빵카페’, 어묵카페인 ‘영진어묵공감카페’, 찻집인 ‘다온꽃차 이바구꽃차’ ‘문화공감수정’ ‘가볍고 복잡한’, 마카롱집인 ‘참맛카롱’, 커피집인 ‘마리스텔라커피’이다. 이 중 3곳은 동구 초량동 168계단 근처, 2곳은 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 근처, 1곳은 좌천역 근처, 1곳은 초량역과 부산진역 사이에 있다.

   
부산 동구 초량동 168계단과 모노레일. 계단 꼭대기에서 산복도로와 부산항이 한눈에 보인다.
먼저 부산 산복도로 여행의 핵심 장소인 168계단으로 향했다. 간 김에 산복도로 패스를 개시할 생각이었다. 168계단은 ‘이바구길’ 중간에 있는 168개로 이루어진 가파른 계단이다. 이바구길은 동구 산복도로에 남겨졌거나 새로 조성한 부산 근현대사의 의미 있는 장소를 이은 길 이름이다. 168계단은 부산항(부산역)에서 산복도로로 올라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경사 45도에 총길이가 40m에 달해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까마득하다. 그러나 고생 끝엔 낙이 있는 법, 오르다 보면 탁 트인 부산항이 한눈에 보여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포인트다.

168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전망을 즐기고 사진을 찍어도 좋지만 요즘같이 더운 날엔 다소 고역이다. 이럴 땐 ‘모노레일’을 타고 168계단 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방법이 괜찮다. 모노레일은 2016년 6월 고령의 마을 주민이 위아래를 자유롭게 오가도록 돕고,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기 위해 설치됐다. 168계단 바로 옆에 기울기 33도, 길이 60m의 선로를 만들었다. 지금은 주민뿐만 아니라 산복도로를 찾은 관광객이 꼭 한 번 타야 하는 명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한 번에 8명까지 탈 수 있어 여행객이 몰린 날엔 줄을 서야 한다.

하늘로 오르는 듯한 아찔함을 느끼며 3분쯤 오르면 168계단 꼭대기에 도착한다. 모노레일 탑승장 바로 옆 건물 1층에 ‘영진어묵공감카페’가 있다. 영진어묵은 1966년 초량전통시장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온 역사 깊은 어묵 제조업체다. 이미 브랜드화에 성공한 부산의 어묵 업체 말고도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판 작은 어묵 업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영진어묵공감카페.
산복도로 패스를 보여주니 ‘어묵 고로케’를 내준다. 영진어묵공감카페는 주문 즉시 오픈 키친에서 어묵과 어묵 고로케를 만들어 튀겨준다. 고소한 어묵 고로케도 맛있지만 카페의 큰 창으로 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산복도로와 부산항이 한눈에 보인다.

어묵카페를 나와 168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계단 양옆에 부산 작가들이 그린 벽화와 개성 있는 작은 가게가 있어 보물찾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반쯤 내려가니 두 번째 목적지가 보였다. ‘168 빵카페’. ‘빵’이라는 큰 간판이 써진 곳에 멈춰 노란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요리연구가 홍신애 씨가 감각적으로 꾸민 빵 가게다. 좋은 재료로 만든 빵과 쿠키를 판매한다. 빵집 내부는 작지만 테라스는 널찍하다. 테라스에서 파란 하늘과 산복도로가 한눈에 펼쳐진다. 패스를 보여주니 주인장이 쿠키 혹은 2500~3000원하는 빵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했다. 초코 크로아상을 골라 당을 보충했다.

   
목조 건물인 문화공감수정.
산복도로 패스 세 번째 사용처는 수정동 ‘문화공감수정’이었다. 168계단에서 도시철도 쪽으로 한참 내려가야 한다. 버스를 타든 걷든 20분쯤 걸린다. 문화공감수정은 해방 전인 1943년 지어진 일본식 목조 건물이다. 젊은 층엔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밤편지’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목조 건물이라 여름에 제격이다. 신발을 벗고 마룻바닥을 밟으면 발바닥부터 찬 기운이 올라와 금방 시원해진다. ‘인증샷’ 찍기 좋은 공간으로 소문나 곳곳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이 끊이지 않는다. 패스에 포함된 음료 ‘장미꽃에이드’를 시켜 2층으로 들고 올라갔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차창 밖 초록빛 나무를 바라봤다. 산복도로 패스로 즐긴 한나절은 ‘1만 원의 행복’이었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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