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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76> 통영 만지도 몬당길

마음을 만지는 섬… 야트막한 오솔길 오르면 욕지군도가 병풍처럼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5 19:10:5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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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지도, 연명항서 배로 15분
- 고개 일컫는 사투리 ‘몬당’길
- 선착장서 섬 정상 만지봉 올라
- 해안도로 한바퀴 도는 2.2㎞

- 출렁다리·200년된 해송 ‘눈길’
- 탐방로, 동백 등 수림으로 울창
- 완만하고 야자수 매트 깔린 길
- 절벽·기암괴석 구경하며 하산
- 해안 덱따라 몽돌해변 펼쳐져

‘손 뻗으니 만져질 듯 가까운 섬이네, 만지도야 만지도 되겠니’. 경남 통영시 연명항에서 도선 ‘홍해랑’을 타고 물살을 가른 지 15분 만에 도착한 만지도. 선착장 방파제에 적힌 ‘한려해상국립공원 명품마을 만지도’라는 큼직한 글귀가 탐방객을 먼저 반긴다.

만지도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전국에 조성한 18개 명품마을 중 14번 째 마을이다. 2015년 명품마을로 지정된 후 공단과 통영시가 친환경 힐링 섬으로 조성했다. 섬 선착장에서 출발해 섬 정상인 만지봉(99.9m)과 해안도로를 한바퀴 돌아 오는 탐방로 2.2㎞ 구간은 환상적이다. 이 길은 처음에는 ‘만지도 옛길’로 불렀으나 언제부턴가 ‘만지도 몬당길’로 이름 붙여졌다. ‘몬당’은 산을 넘어가는 고개를 일컫는 사투리다. 말 그대로 섬 정상이 100m에도 못 미치는 야트막한 오솔길이다. 하지만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을 만날 수 있는 비경을 선사한다.
   
해안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고즈넉한 바다 풍경.
■야트막한 언덕길 환상적 비경

선착장에 도착하니 마을이 많이 바뀐 모습이다. 옆 섬인 연대도와 출렁다리로 연결되고 명품마을로 조성되면서 섬은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2015년 이전에는 한적한 자그마한 어촌마을로 촌집이 대부분이었지만 탐방객이 늘면서 펜션도 들어서고, 마을은 한결 산뜻해졌다.

선착장에 내리면 도선 이름과 똑같은 ‘홍해랑’ 카페가 손님을 먼저 반긴다. 카페 안마당은 섬의 유일한 광장 역할을 한다. 카페 앞에는 100년 된 우물이 있다. 지금은 육지에서 상수도가 연결돼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섬 주민의 식수원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카페 옆 골목길이 몬당길의 초입이다. 골목길을 오르고 이내 2, 3분이면 마을 전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그만큼 섬 자체가 야트막하기 때문이다. 마을언덕배기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고즈넉하다. 배가 출발한 연명항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걸은지 5분여 만에 마을 뒷편의 ‘바람길 전망대’에 도착했다. 저 멀리 욕지도와 노대도, 두미도 등 욕지군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장관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지난해 이 섬을 찾고는 환상적인 비경에 반해 올해 또 찾았다”며 연신 감탄사를 자아냈다. 전망대 옆에는 섬 자생나무 등으로 ‘견우 직녀 터널’ 을 아름다리 꾸며 놓았다.

■기암괴석을 끼고 걷는 신비의 길

   
만지도의 상징으로 불리는 수령 200년인 해송.
마을 뒷편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었더니 이정표가 나왔다. 좌회전하면 만지봉으로 향하고 직진하면 해안도로로 직통하는 길이다.

만지봉으로 향하는 길은 걷기 편하게 야자수 매트를 깔아 놓았다. 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탐방로에 접어드는 구간이다. 울창한 수림이 펼쳐진다. 길은 오솔길로 한 길이다. 다른 길은 없어 길을 잃어버릴 걱정은 없다. 수림을 벗어나자 길 왼편으로는 바다 저 멀리 욕지군도가, 오른편으로는 바다 건너 통영 육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청명하다는 느낌이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는 마을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어 섬의 명물인 ‘200년 해송’을 만나 볼 수 있다. 섬 주민들은 만지도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그 아래서면 200년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귀뜸했다. 그 옆에는 쉬어 가면서 기운을 받으라고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

길은 가파른 곳이 없다. 쉬엄쉬엄 걸으니 이내 산 정상 만지봉이다. 돌담을 쌓아 정상 비석을 설치해 놓은 모양이 정겹다. 길은 이 곳에서 바로 하산하지 않고 욕지도 전망대로 향한다. 정상에서 300여m인 전망대 가는 길은 기암괴석을 곁에 두고 걷는 신비의 길이다. 아찔한 절벽과 이름모를 기암괴석이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욕지도 전망대에서는 바다 건너 욕지군도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섬으로 처음 들어 온 곳이라 하여 마을에서는 들머리라고도 부른다.

■햇볕도 들지 않는 울창한 원시림

   
만지봉에서 섬 끝으로 향하는 탐방길은 기암괴석을 곁에 두고 걸으면서 환상적인 비경을 즐길 수 있다.
섬 끝전망대에서 해안도로로 내려오는 길은 원시림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빽빽하게 들어선 동백군락지 등 자생수림이 워낙 울창해 햇볕이 들지 않는다. 지금까지 길 옆으로 보였던 바다 풍경도 울창한 수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연신 흘려 내렸던 땀을 식히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원시림 구간은 500m에 달한다.

수림을 벗어나면 마을 해안도로로 이어진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아기자기한 몽돌해변이 펼쳐진다. 그 위로 바다를 가로 지르는 해안 덱을 조성해 놓았다. 몽돌해변의 물이 너무나 푸르고 맑아 그냥 그대로 빠져 들고 싶은 마음이다. 해안 덱에는 섬에서 자주 발견되는 수달을 모형으로 한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라는 조형물과 쉼터를 조성해 놓았다.

마을로 들어서니 한쪽에서는 펜션이 한창 신축 중에 있어 변화하는 섬을 느낄 수 있다. ‘문어와 군소를 잘 잡는 만지도 최고령 할머니 댁’ 등 각 집마다 특색 있는 내용의 문패를 내걸어, 이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섬에서 키우는 전복을 통째로 넣은 ‘전복해물라면’은 섬을 찾는 탐방객 너도나도 즐겨 찾고 있다.

   
‘만지도 몬당길’은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카페서 차 한잔 마시고, 섬 마을을 구경하더라도 반나절이면 족하다. 비교적 늦게 사람이 정착한 섬이라 해서 만지도(晩地島)라 이름 붙여진 만큼 천혜의 해안절경과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섬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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