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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전통주 양조장 <4> 동구 부산마을기업 가마뫼

주민들 손에서 탄생한 막걸리 … 다섯 번 빚어 맛의 깊이가 달라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8-28 18:43:1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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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천1지구 주민협의회가 창업
- 동네 명물막걸리 복원계획서 시작
- 고려 문헌 참고하고 강사 초빙
- 2년 시행착오 끝에 오양주 개발

- 누룩 중 최고 앉은뱅이밀 사용
- 최대 6개월 걸쳐 만드는 고급주
- 청주는 무려 1년 숙성 뒤 판매
- 품질 따지는 젊은층에 입소문
- “한번 맛보면 마니아 될 겁니다”

‘오양주(五釀酒)’. 다섯 번 빚은 술이라는 뜻이다. 한 번 빚은 술은 단양주라고 한다. 단양주를 ‘밑술’ 삼아 한 번씩 더 빚을 때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오양주라는 명칭이 붙는다. 단양주도 술로 마실 수 있는데 여기에 네 번이나 ‘덧술’을 빚는 까닭이 있다. 빚을수록 맛이 깊고 알코올 도수와 저장성이 높아진다. 단양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간과 재료가 많이 투입되지만, 고급스러운 술을 만들기 위해 오양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전국에 몇 곳 있다.
   
부산 동구 좌천동 가마뫼 양조장 앞에서 좌천1지구 주민협의회 회원들이 직접 만든 ‘우리술이바구’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윤필(64) 부회장, 정영희(63) 총무, 이선옥(51) 회원, 정재인(62) 회장.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동구 좌천동 ‘가마뫼’ 양조장이 바로 오양주인 ‘우리술이바구’를 만든다. 가마뫼 양조장과 우리술이바구는 다른 양조장에 없는 특별한 탄생 스토리가 있다. 가마뫼 양조장은 좌천1지구 주민협의회가 운영하는 부산마을기업이다. 좌천1지구 주민협의회의 전신은 2014년 1월 좌천1동 주민 30여 명이 모여 시작한 주민협의회. 당시 좌천1동 주민협의회는 2014년 국토해양부의 ‘역사마을 만들기 사업’ 공모에 ‘좌천동굴 복원’을 제안해 1위로 당선됐다. 수정터널과 가까운 좌천동굴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방공호로 6·25전쟁 때는 피란민의 임시 거처로 쓰였다. 좌천동굴 안에서 아귀찜과 막걸리를 팔던 주점이 동네 명물이었는데 2009년 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주점도 동굴도 폐쇄됐다. 주민들은 우선 추억의 좌천동굴을 복원시키고, 동굴을 활용해 추억의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좌천동굴을 복원했지만 워낙 오래된 시설이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었다. 주민들은 마을기업 거점시설을 건립해 양조장과 사무실로 활용했다.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높았지만 주민 중 술을 전문적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집에서 막걸리를 만든 경험이 있는 어르신부터 수제 막걸리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 층까지 다양한 주민이 모여 고려시대 문헌을 참고하고 전문강사를 초빙해 막걸리 만드는 방법을 차근차근 배웠다. 2년 동안 실패를 거듭했고, 술맛이 없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드디어 2016년 10월 부산마을기업으로 지정됐고, 2017년 7월 정식으로 ‘우리술이바구’ 브랜드를 출시했다.

   
정재인 가마뫼 대표가 숙성 중인 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정재인(62·좌천1지구 주민협의회장) 가마뫼 대표는 “처음부터 오양주를 만들자고 주민 의견이 모였다. 남들이 안 만드는 술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는 실패”라며 껄껄 웃었다. 다섯 번 술을 빚어 원가가 높다 보니 술값이 비싸고(1만3000원), 물을 타지 않은 고급주를 만들다 보니 알코올 도수가 높아(15도) 마니아층 위주로 찾는다는 것이다. 막걸리를 가라앉힌 뒤 맑은 술만 떠낸 청주는 2만5000원이다.

‘실패’라는 말은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 반어법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우리술이바구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은 굉장히 높다. 우리술이바구는 충분히 자랑할 만한 전통주다. 순 우리 찹쌀과 멥쌀, 누룩 중 가장 좋다는 앉은뱅이밀 누룩을 사용해 4~5개월, 길게는 5~6개월에 걸쳐 만든다. 청주는 무려 1년간 숙성한 뒤 판매한다. 인공감미료는 일절 쓰지 않고, 물도 한 번 끓인 뒤 식혀 사용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 냉장 보관하면 1년이 돼도 상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맛있어진다. 지금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주민들이 인건비를 전혀 받지 않고 봉사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달에 다섯 번 술을 빚는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함께 술을 만든다. 다들 직장이 있지만 시간을 쪼개 나온다.

우리술이바구는 맛이 얼마나 오묘한지 일반 막걸리를 떠올리면 도무지 어떤 맛일지 짐작할 수 없다. 달고 시고 쓰면서 특유의 청량감이 있다. 와인처럼 입안에 머금어 천천히 음미해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치즈 한 쪽, 크래커 한 쪽만 있으면 홀짝홀짝 잘도 들어간다.

가마뫼가 일반 기업이 아니다 보니 홍보와 유통에 약하다. 좋은 술을 만들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한 전통주 유통업체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동구청이 행사 때마다 찾아줘 적자를 겨우 면하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술이바구를 한 번이라도 마셔본 사람은 마니아가 된다. 특히 가격보다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층이 좋아한다. 정기적으로 와서 술을 사가는 대학생도 있다”며 “원도심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우리 술을 맛보이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우리술이바구를 사려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주문해야 한다. 부산 동구 증산로 74, 070-4036-5885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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