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현대 동서양 넘나드는 장르
- 영남 음악 토대 국악 맛·멋 살려
- 뱃노래 가락에 아프리카 리듬
- 가야금과 인도 전통의 만남 등
- 중국 등 해외공연서 가능성 확인
지난달 21일 데뷔 EP 앨범 ‘영남 Vibe’를 발표한 루츠리딤(Roots Redeem). 박현정(가야금·보컬) 이광혁(전자 퍼커션·Fx) 최정경(신시사이저·Fx) 최형석(전통 타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이름부터 생소한 ‘퓨처국악’이란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국악기로 서양의 선율을 연주하는 기존 ‘퓨전국악’ 스타일에서 탈피해 리듬을 강조하여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국악의 맛과 멋을 제대로 살려보자는 야심찬 의도로 만들어낸 신종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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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츠리딤의 멤버들. 오른쪽부터 이광혁 최정경 박현정 최형석. 루츠리딤 제공 |
스카웨이커스, 하퍼스, 버스트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겸하는 멤버 이광혁은 2년 전 인도네시아에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머물며 가야금 연주자 박현정과 국악, 아프리카 타악을 콜라보한 실험적인 공연을 하던 중 ‘이건 반드시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이광혁과 함께 아프리카 리듬을 연구하던 바나나몽키스의 드러머 최형석, 평소 트랜스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스카웨이커스의 색소폰 연주자 최정경을 ‘꼬드겨’ 팀 결성에 박차를 가했다.
‘전통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은 팀명처럼 뿌리를 찾아가다 보니 그들이 나고 자란 영남 지역의 전통 음악에 집중하게 돼 ‘영남 Vibe’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발표했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의 호남 쪽 음악에 비해, 영남 쪽은 리듬이 강렬하고 빠르고 호전적이다. 영남농악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전투, 전쟁과 관련된 장단들이 있다.
앨범의 첫 번째 곡 ‘진용’은 전투에 돌입하는 과정을 서사적으로 담아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두 번째 곡 ‘구름과 바람의 노래’ 역시 경남의 대표적인 장단 ‘반길군악’을 기초로 한다. ‘운풍대’라고도 부르는 이 장단은 구름과 바람이 흐르는 하늘을 연상시키는 장단으로 인도의 전통 스케일을 활용한 가야금과 보컬로 흡사 인도의 사막 위를 유유히 걷는 느낌을 준다. 세 번째 곡인 ‘뱃노래’는 익숙한 가락에 생소한 아프리카 리듬인 ‘쿠쿠’를 덧입혀 새로운 느낌의 뱃노래를 만들어 낸다. ‘쿠쿠’ 리듬의 기원 또한 고기잡이를 떠난 마을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제의를 지낼 때 연주했던 리듬이다. 마지막 곡 ‘걷다보니’는 통영 밤바다를 걷다 떠오른 영감을 몽환적으로 풀어낸 창작 국악가요다.
루츠리딤은 사실상 앨범 발매 이전부터 인도네시아, 중국 상하이 등 해외 공연을 통해 뜨거운 관객의 반응을 확인하며 케이팝의 범주를 벗어난 새로운 한류 가능성을 확인했다. 첫 번째 앨범 ‘영남 Vibe’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동시 발매되었다. 다음 달에는 독일 베를린을 시작으로 유럽투어를 계획하고 내년 초에는 중국에서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다. 당장은 오는 22일 오후 5시 경성대학교 앞 문화공간 노드에서 앨범 발매기념 쇼케이스가 열린다. 입장료는 무려 무료라고 하니, 백날 설명해도 직접 듣고 느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퓨처국악’의 실체를 냉큼 달려가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어쩌면 훗날 커다란 세계적 음악적 조류가 될지도 모르는 ‘퓨처국악’이 시작되는 현장을 함께 했노라며 오래오래 써먹을 자랑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
벌써 루츠리딤은 전통 굿을 모티브로 한 다음 싱글을 작업 중에 있다고 한다. 힙합과의 콜라보 역시 시도할 계획이다. 그러니까 루츠리딤은 다 계획이 있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