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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신 강소기업 도시로 <2> 원천기술, 글로벌 시장 도전

나노입힌 방열 재료·디지털 확대경 개발 … ‘기술 극일’ 선도

  •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  |   입력 : 2019-09-05 20:08:3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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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경대 권한상 교수 설립 연구소
- 차세대 소재로 알루미늄 방열
- 스마트폰·전기차 등 적용 다양
- 30억어치 기술 국내 기업 이전
- 일본 대기업서도 투자 ‘노크’

- 카메라 모듈 다루는 ‘씨엔피’
- 고화질로 200배 확대 제품 제작
- 노인 시력 맞춰 화면 조절 가능
- 20개국 수출 물량이 매출 99%
- 소니 제치고 독일 기업에 납품도

부산에 창업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정부의 창업 투자 자금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시점으로, 지역의 연구·개발 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이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지역 과학기술혁신 역량 평가를 부산을 중심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부산의 혁신지수는 2016년 9위에 진입한 뒤 2017년 8위, 지난해 7위로 꾸준히 상승했다.
   
부경대 권한상(왼쪽 두 번째) 교수가 연구실에서 연구원과 소재의 내구성을 측정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더욱 의미 있는 점은 부문별 창업률이다. 부산시가 집계한 산업대분류별 창업률(지난 5월 기준)을 보면, 전문·과학기술 및 서비스업 부문의 창업률이 1.61%를 기록했다.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숙박·음식업점(2.08%)과 도·소매업(1.53%) 사이로, 연구·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에서의 창업률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부산과학기술평가원 임용관 혁신역량강화센터장은 “창업에 기반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라며 “특히 바이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업이 이뤄지고 있어, 기존 산업 중심의 육성 정책을 대체할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원천기술을 확보한 지역의 두 업체는 연구·개발 인프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소재 원천기술, 일본도 관심

부경대 권한상(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014년 42개의 특허로 아예 기술 이전을 전문으로 한 회사(차세대소재연구소)를 차렸다. 권 교수가 특화한 분야는 나노 소재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이다.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같은 금속에 나노 입자를 입히면 이른바 ‘꿈의 신소재’가 탄생한다. 기존 금속이 가졌던 물성보다 강도가 더 세거나, 열 전도율이 좋아지는 등 다양한 특성으로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권 교수의 대표 기술은 카본 나노튜브를 입힌 알루미늄 방열 재료다. 열 전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이다. 이 기술의 활용처는 다양하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 열이 발생하면 소프트웨어 구동이 늦어지는데, 이 소재를 활용하면 열을 효율적으로 배출해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LED 수명을 늘리는 것은 물론, 최근 도입된 5G 중계기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을 높여 차량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다. 이외에도 강한 내구성으로 기계가 같은 시간에 더 많이 움직이는 기술이 신소재를 통해 구현되기도 한다. 권 교수는 “반도체 생산 설비 프레임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알루미늄이 중성자를 차폐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원전 해체에도 이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며 “세계에서 비철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르지만, 한국은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 빠르게 소재 국산화를 실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차세대소재연구소는 30억 원(10여 건)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 기술을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소재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일본의 대기업이 차세대소재연구소 투자를 검토 중이다. 매출 5조 원 규모의 국내 대기업은 이미 차세대소재연구소에 10% 규모의 지분을 사들였다.

권 교수는 4년 동안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뒤 부경대 교수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인슈타인 등 세계적인 과학자가 소속된 기관으로,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권 교수는 “스위스에서는 실용적인 연구 과제가 많다”며 “기업이 원하는 방향과 연구기관에서 내는 결과물이 일치하는 것으로, 기술 이전 성과가 드문 한국의 연구·개발 인프라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카메라 모듈, 소니를 제치다

   
씨엔피의 디지털 확대경 사용 장면. 씨엔피 제공
씨엔피는 카메라 모듈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확대경을 개발했다.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 20개 국에 수출한다. 매출의 99%가 수출에서 이뤄진다. 4년 동안 달성한 수출액은 100억 원을 넘었다. 씨엔피 제품은 접이식 모니터 방식으로 360도로 회전하는 카메라에 책이나 문서, 스마트폰을 대면 화면이 최대 200배까지 원형 그대로 확대된다. 광학 기술과 영상 처리 기술이 접목된 것으로, 씨엔피만의 원천기술이 이 제품 속에 녹아 있다.

국내보다 선진국에서 이 제품이 더욱 유명한 까닭은 해당 국가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저시력을 경험하는 노인이 일상 생활 또는 재취업용으로 씨엔피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씨엔피는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의 소니사를 제치고 독일의 반도체 기업에 검사 장비용 카메라 모듈 납품을 성사하기도 했다.

씨엔피가 이 기술과 관련해 보유한 특허는 미국과 유럽을 합쳐 32건에 이른다. 세계 최초로 노인을 위한 영상 처리 전용 칩셋을 개발했다. 카메라 모듈에 이 칩셋을 넣으면 해상도를 끌어올려 시력 특성에 맞게 화면을 조절할 수 있다.

노인용 보조 기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현재 미국계 사모펀드가 씨엔피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엔피 박경민 대표는 “초기 시장에 진입해 사용자 편의를 위한 인터페이스 등 디자인 영역까지 선도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데, 국가 연구 과제는 기업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실현하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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