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음산을 병풍처럼 두른 ‘보석’
- 작년 5억 원 들여 1.5㎞ 조성
- 큰박골 계곡 작은 교량 건너면
- 예쁜 벤치 설치된 휴식처 나와
- ‘촌닭’ 백숙 30년 역사 자랑
- 신안저수지까지 돌면 4.5㎞
- 아기자기한 다랑논 널려 있어
- 고즈넉한 농촌 풍경이 압권
경남 김해에 가면 30년 역사를 지닌 닭백숙 마을이 있다. 진례면 평지마을이 그곳이다. 마을 뒤쪽은 비음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앞쪽으로는 투명한 저수지가 마을의 모습이 그림인 듯 담는다. 이런 마을 저수지에 지난해 명품 둘레길이 생겼다.
김해시가 저수지의 굴곡을 따라 조성한 둘레길은 1.5㎞다. 이곳과 아래 신안저수지를 연결하는 길을 한 바퀴 돌면 4.5㎞를 걷는다. 1시간 30분이면 왕복할 수 있다. 백숙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둘레길을 걸으면 운동도 되고 기분도 상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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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 진례면 평지저수지길 제방 부근 전경. 푸른 저수지를 끼고 도는 길은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박동필 기자 |
■초록 생명력 품은 평지 저수지길
부산에서 이곳을 찾으려면 남해고속도로 진례IC에서 내려 마을로 향하면 된다. 초행길이면 길이 다소 복잡하니 내비게이션에 ‘평지 저수지(김해)’를 치고 이용하기를 권한다. 공장지대를 지나면 산 마을로 향하는 도로가 나타난다. 산 마을 입구 주변에는 과거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였던 ‘향초 슈퍼’가 있어 잠시 눈길을 끈다.
여름 끝자락에 차를 타고 산촌을 향해 달리다 보면 가슴까지 뻥 뚫린다. 회색빛 공장이며 집들이 사라진 공간에는 초록의 숲자락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산 줄기를 오르기를 7, 8분.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제법 규모가 큰 저수지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평지 저수지다.
저수지 주차장에 차를 대면 비로소 ‘둘레길 걷기’가 시작된다. 저수지는 아랫마을 진례 들녘에 농업용수를 대려고 정부가 1979년 준공했다. 김해시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5억 원을 들여 저수지 주변에 1.5㎞ 둘레길을 완성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저수지를 끼고 도는 덱은 주변 자연의 풍광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멋스럽다.
동행한 김인수 진례면장은 “마을 입구에는 공장들이 산재해 풍광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평지 저수지에 도달하면 별세계에 와있는 느낌이 난다”며 “보석과도 같은 저수지 길을 많은 탐방객들이 찾아 마을 백숙도 먹고 힐링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발 250m, 도심 속 고원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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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에 동행한 김인수 진례 면장(오른쪽)과 주민들이 평지 저수지길을 걷고 있다.
박동필 기자 |
걸음을 재촉하자 샛노란 호박꽃이며 하늘로 기어 올라가는 더덕 넝쿨이 둘레길 담장 위에 도도한 자세로 걸터앉아있다. 길가에 도열한 쑥들도 진한 향기를 풍기며 탐방객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자연이 마치 ‘이 땅은 내 구역’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듯하다.
동행한 마을 주민 조강래(59) 씨는 “어릴 적부터 저수지에 마을 사람들이 붕어 등 많은 민물고기를 풀었다”며 “하지만 낚시꾼들에 의해 외래종인 배스가 유입돼 토종 어류를 잡아먹으면서 생태계 균형이 많이 깨졌다”고 털어놨다.
평지 저수지와 마을은 그림의 구도상 한 세트다. 41가구가 정겹게 사는 이 마을에 행여 티끌이라도 묻을세라 저수지는 1년 내내 마을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마을주민 41가구 중 15가구가 닭·오리 백숙집을 운영 중이다. 조 씨는 “마을이 해발 250m 비음산 자락에 자리 잡아 공기가 좋고 여름에도 아랫마을보다 시원하다”며 “마을 뒤 비음산 자락에서 내려온 큰박골 수량이 워낙 풍부해 평소에도 저수지 물이 마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가뭄 때 뜻하지 않게 저수지가 거의 바닥 수준까지 간 적 있다”고 들려줬다.
■독뱀이 많아 붙여진 독새골
둘레길을 따라가면 큰박골 계곡 위에 걸쳐있는 작은 교량을 건넌다. 계곡 저 멀리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와 귓전을 때리는 매미 소리가 합쳐지면서 멋진 화음을 만든다. 교량을 건너자 탁 트인 곳에 예쁜 벤치가 설치된 휴식처가 나온다. 멀리 저수지 제방 끝자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둘레길을 걷다 마을주민에게 저수지 깊이를 물으니 “옛날에는 수심이 100m였지만 이제는 토사가 쌓여 50m 정도 된다”고 일러줬다.
마을 주민들은 둘레길 오른쪽 산을 예부터 독뱀이 많다는 연유로 ‘독사골’로 불렀다고 전한다. 조심해서 접근하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작명인 셈이다.
독사골을 가슴팍에 품은 ‘건너산’은 거대한 삼각형 모양을 하며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가끔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산 정상에서 주변 야산 사이로 활강을 한다. 저수지 끝자락에 서니 멀찍한 풍광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저수지 둘레길 끝에 아래쪽 신안 저수지로 향하는 둘레길이 있다. 아기자기한 다랑논이 널려 있어 고즈넉한 농촌풍경을 체험하고 싶다면 둘러보기를 권한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