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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빈곤 <2> 가난의 그늘 ①주거빈곤

푸세식 화장실 싫어 집 밖 공중화장실 쓰는 아이들

방 개수 적을수록 학업성취도 낮고 비만도 높아져

  • 국제신문
  • 하송이 박호걸 기자
  •  |  입력 : 2019-09-09 19:08:4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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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없는 부엌·화장실
- 볕 들지 않는 단칸방 등
- 최저 주거기준 미달된
- 공간에 사는 아이들
- 부산에만 5만 명 넘어

- 산복도로 노후주택 다수
- 중·동·영도구에 밀집
- 가족 흩어져 살거나
- 비닐하우스 거주 사례도

- 아동발달에도 큰 영향
- 주관적 행복감 감소하고
- 문제행동 더 많이 보여

사례1. 온몸에 힘이 빠지는 근이영양증을 앓는 경민이(가명·13)는 휠체어를 타고 잠시 학교에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엄마와 단둘이 온종일 집에 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누워만 지내는 경민이에게 집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경민이 집은 볕이 들지 않는 단칸방. 방 하나, 거실 겸 부엌 하나가 전부다. 집에 있는 유일한 창문을 열면 바로 옆집 담벼락이다. 낮에도 전등을 켜야 한다. 이 좁디좁은 공간은 비가 내리면 더 쪼그라든다. 거실 천장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져 통을 받쳐두고 방으로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천장이 무너진 무너진 영도구의 한 2층 주택.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진 이 집 1층에는 10살 승아(가명)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5년쯤 전 아빠와 헤어진 엄마(49)는 경민이와 두 형을 데리고 동구 산복도로에 왔다. 처음으로 얻은 반지하 월셋방은 휠체어를 타야 하는 경민이가 살기엔 너무 열악했다. 계단이 너무 많은 탓이었다. 몇 달 뒤 주변 도움으로 빈집으로 이사를 갔지만 이번엔 화장실이 문제였다. 이사 올 때부터 막혔던 화장실을 수리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경민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할 때마다 경민이를 들쳐 업고 집 근처 공공도서관으로 뛰었다. “도서관이 가깝긴 했는데, 가려면 계단 수십 개를 올라가야 했어요. 아이고… 정말, 내가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더라구요.” (경민이 엄마)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된 지인의 도움으로 3년 전 지금 집에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 원만 내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생겼다. 집이 남자 아이 셋과 엄마가 살기엔 너무 좁은 것. 방에 세 명만 누워도 서로 부딪혀 선잠을 자야 했다. 고심 끝에 엄마는 두 형을 복지시설로 보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둘째는 가기 싫다고 온종일 울었다.

좁은 집 때문에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으로 사는 경민이네는 다시 고민이 생겼다. 큰형이 내년이면 시설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경민이 엄마는 “올해 안에 다 같이 살 집을 구해야 되는데 아이에게 눈을 뗄 수가 없으니 일을 할 수 없다. 하루 먹고 살기 버거우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한숨지었다.

   
사례2. 지난달 14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10살 아이와 조부모와 살던 집이 한동안 내린 폭우로 갑자기 무너졌다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주말엔 또 다시 태풍이 예보돼 있었지만 당장 갈 곳이 없었다. 이틀 뒤 영도구 승아(가명)네 집을 찾았다. 지은 지 47년 된 주택 2층 천장 안쪽은 절반 가량 무너졌고, 쩍쩍 갈라진 외벽 틈으로 시커먼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1층에 살던 승아는 급하게 옷가지만 싸들고 인근 민박집으로 대피했다.

골목길과 바로 맞닿은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쪽 벽도 바깥처럼 쭉쭉 금이 갔다. 큰 방은 창문이 없어 어두컴컴하고 곳곳에 곰팡이가 폈다. 작은 방은 곰팡이 냄새가 더 심해 고개를 들이밀자 연신 재채기가 나왔다. 싱크대 옆은 바로 화장실이다. 칸막이가 없어 부엌인지 화장실인지 구분도 어렵다.

“집에 보일러가 없으니 겨울엔 전기장판 틀고 살지. 가스레인지에 물을 데워 써야 되니까 애가 어릴 땐 씻기기 억수로 힘들었다 아이가. 맨날 감기를 달고 사니 비염이 생겼는데, 약을 먹어도 낫지도 않는기라.” (승아 할머니)

수년 전 태풍이 왔을 땐 그야말로 위기를 맞았다. 물이 신발장을 넘어 부엌까지 차올라 쉴새 없이 퍼내야 했고, 승아는 바람에 창문이 날아간다고 고함을 지르며 창문틀에 매달려 울었다고 한다. 승아 할아버지(73)는 “앞집 담이 무너졌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더 했을 것”이라고 했다. 승아가 조부모집에 맡겨진 건 2살 때인 2011년. 승아 기억 속에 있는 ‘집’이라고는 이곳이 전부다.

■부산 아동 100명 중 8명 주거빈곤

   
주거빈곤 아동 가구의 상당수는 아직도 집 밖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한다. 사진은 강서구 수민이(가명)이네 집 화장실. 하송이 기자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20% 표본)에 따르면 부산지역 주거빈곤 아동은 5만1357명, 8.5%(최저 주거기준미달 4만7246명,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3248명). 비율로 본다면 7대 특·광역시 중 서울(14.2%)과 인천(10.5%)에 이어 세 번째다. 인근 울산이 5.4%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부산의 주거빈곤은 수도권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옥탑방이나 지하·반지하 비중이 높고, 원룸에 4명 이상이 사는 과밀가구가 많은 반면 부산은 산복도로변에 늘어선 노후 주택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한국도시연구소가 내놓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빈곤 가구 실태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부산 구·군 중 아동가구의 주거빈곤 비율이 가장 높곳은 중구(17.1%)다. 이어 동구 16.9%, 영도구 15.8% 순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원도심으로, 아동가구 주거빈곤 비율이 부산 전체 평균의 배가 넘는다.

외곽의 경우엔 또 다르다. 비닐하우스와 같은 주택 이외 거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강서구의 전체 아동가구 주거빈곤 비율은 8.0%로 부산 평균보다 낮지만,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의 거주 비율은 2.3%로 단연 높았다. 전체 주거빈곤 비율이 가장 높은 중구도 주택 이외 거처의 비율은 1.6%다.

화장실이 외부에 위치한 공용이거나 여전히 ‘푸세식(재래식)’인 경우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강서구에 사는 진영(가명·16)이와 수민(가명·17)이네 역시 화장실을 가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두 집 모두 아직도 화장실이 ‘푸세식’이어서 화장실에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수민이는 “원래 세 집이 화장실을 같이 썼는데 다른 집 사람들은 차라리 근처에 있는 공중화장실이 낫다고 다 그쪽으로 간다”며 “여름엔 벌레가 너무 많아서 좀 힘들고, 비 올 땐 가기가 많이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지난달 찾은 수민이네 집 화장실에는 시커먼 모기가 잔뜩 붙어 있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여승수 부산지역본부장은 “주거빈곤을 판단할 때엔 집 주변 환경도 함께 고려한다. 특히 아동기에는 다양한 신체활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안전한 놀이 공간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부산의 주거빈곤 가정은 주로 고지대에 있어 이처럼 기본적인 조건조차 과한 바람이 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거빈곤은 아동 발달의 역적

   
빈곤은 물질적인 부분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집은 아동이 빈곤한 삶을 오롯이 체감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주거빈곤은 아동의 삶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2017년 내놓은 보고서 ‘경기지역 아동주거빈곤 실태와 주거빈곤이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경기지역 아동 303명을 대상으로 주거빈곤이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주거빈곤이 ▷아동의 건강상태 ▷학업성취도 ▷문제행동 모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빈곤이 커질수록 아동의 건강상태는 나빠지고, 학업성취도는 떨어졌으며, 문제행동은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실제 조사 결과 비만도의 경우 일반가구 아동 평균은 19.8인데 비해 빈곤가구 아동은 20.8로 높았다. 주관적 학업성취도는 일반가구 아동 평균은 6.49(10점 척도)였으나 빈곤가구는 5.39에 그쳤다. 문제행동은 일반가구 1.97(5점 척도), 빈곤가구 2.13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주거 특성이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주택 유형과 방 크기가 문제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방의 개수는 아동의 건강상태,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쳐 방의 개수가 2개 이상일수록 아동의 건강상태는 더욱 양호했고, 방의 개수가 적어질수록 문제행동이 더 많아졌다.

   
2016년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고주애 연구원이 낸 보고서 ‘아동 주거빈곤 정책 마련을 위한 탐색적 연구’에서는 주거빈곤이 특히 아동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하게 담았다. 보고서는 지속적으로 곰팡이 바퀴벌레 등에 노출되면 천식과 호흡기 질환을 불러오거나 재발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과밀한 주거환경은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결핵·뇌수막염·위암과 같은 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주거빈곤에 놓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동에게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8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보고서 ‘아동주거빈곤실태와 주거빈곤이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과밀주거·필수설비미달·주거비과부담 기간이 아동의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과밀주거기간 등 주거빈곤 상황이 길어질수록 식료품비와 사교육비는 줄어들고 아동 비만지수는 높아졌다.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주거빈곤 상황이 이어지면 ‘나는 삶에 만족한다’와 같은 주관적 행복감이 감소하고 박탈경험은 증가했다.

한국아동권리학회장인 동의대 구은미(보육가정상담학과) 교수는 “사춘기를 겪는 10대에는 특히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게 되는데, 이 같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이후 스트레스를 불러오게 된다”며 “주거빈곤으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사례도 적지 않다. 10대 시기는 특히 상대적 박탈감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시기인 만큼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 기획: 국제신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 후원: (주)경성리츠 올집

※ 동영상 국제신문 홈페이지(www.kookje.co.kr) 접속 또는 유튜브 ‘비디토리’ 검색. 후원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051)505-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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