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에 2000만 원 건네기도
- 법원, 1심 징역형에 추징금 선고

부산 영도구와 동래구의 수십억 원대 관급공사에 물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국제신문 지난 10월 1일 자 10면 보도)하고 공무원에게 수천만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납품 브로커’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감사원이 납품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업체가 두 차례 더 관급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으로 확인돼 추가 수사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지역 철근콘크리트 업체 대표 A(52) 씨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5억8000만 원 상당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B사 대표에게 관급공사에 게이트펌프와 부품을 납품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실제로 세 차례에 걸쳐 32억 원 상당의 납품 계약이 성사되자 5억80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A 씨는 먼저 2016년 초 ‘영도남항지구 상습침수지 정비사업’의 용역감독자인 공무원 C 씨에게 “B사의 펌프, 제진기(펌프 부품)를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했고, 영도구는 조달청을 통해 2017년 3월 B사와 21억5500만 원의 펌프 납품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A 씨는 알선 대가로 B사 대표로부터 납품가의 약 20%인 3억7800여만 원을 받았고 이 중 2000만 원을 공무원 C 씨에게 줬다. 부산시 6급 공무원인 C 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감사원이 지난해 2월 영도구가 남항지구 정비사업에 B사 제품을 수의계약으로 납품받은 건 ‘특혜’라고 지적했지만 영도구는 지난 3월에도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B사의 제진기를 5억2400만 원에 수의계약으로 납품받았다. A 씨는 이 계약을 알선했다며 B사 대표에게 1억340만 원을 받았다. 나아가 지난해 동래구는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정비사업’에 B사 제품을 5억1300만 원에 수의계약으로 납품받았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자신의 알선으로 납품 계약이 성사됐다며 B사 대표에게 1억250만 원을 받아 챙겼다. 특혜 논란을 개선하기는커녕 보란 듯이 지자체가 문제의 업체와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당시 동래구 담당자는 “A 씨가 찾아와 B사의 제품을 써달라고 한 건 사실이지만 청탁을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며 “B사 제품은 외부 위원이 참가한 신기술공법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했기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얻은 불법적 수익의 규모가 상당하고 이는 조달행정의 공정성을 해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손실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