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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78> 어촌 연구 사회학자 김준의 ‘바닷마을 인문학’

지속가능한 어촌 꿈꾸며 바닷마을 사람들의 삶 기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22 19:40:1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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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유인도 90% 방문
- 30년째 주말마다 어촌 찾아
- 바다의 일과 말 익혀가며
- 어민들과 진솔한 대화

- 그들이 지켜낸 삶과 마을
- 글로 정리해 세상에 알리고
- 지켜내려는 공감 얻고파

아파트 앞 골목에 통영 멍게를 싣고 온 트럭이 왔다. 멍게는 ‘봄 바다에 피는 꽃’이라며 맛보라고 권한다. 10년 만에 풍작을 맞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수확하기도 팔기도 힘들다는 하소연을 들으며 한 소쿠리를 샀다. 손질한 멍게를 그대로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소스에 찍지 않고 먹어 본 멍게는 특유의 향이 더 진했다. 이 멍게는 바다에서 어떻게 자랐고, 어느 어민이 건져 올려 도시의 골목으로 왔을까. 우리 식탁에 오르는 많은 해산물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 바닷가 마을의 삶은 어떤지 아는 게 별로 없다. 어촌 공동체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김준의 ‘바닷마을 인문학’은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를 전남 장흥의 바닷가에서 만났다.
바다와 어촌 공동체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김준(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전남 장흥의 바닷가에서 새 책 ‘바닷마을 인문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갯벌과 바다, 섬과 바닷 마을

김준은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나고 자랐으나 그는 어촌을 연구한다. 현재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전공서인 ‘어촌사회학’ 외에도 섬과 갯벌의 자연과 문화, 풍습, 역사, 먹을거리를 다룬 책을 꾸준히 펴냈다. ‘바다 맛 기행 1·2·3’ ‘섬 살이’ ‘물고기가 왜?’ ‘어떤 소금을 먹을까’ ‘김준의 갯벌 이야기’ ‘섬 문화답사기 1·2·3·4’ 등을 내면서 음식이나 인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바닷마을 인문학’은 ‘어촌사회학’의 대중서로, 연구자로서 큰 갈무리를 하는 책이다. 갯벌과 바다, 섬과 어촌의 삶과 가치를 담았다. 논문과 연구서에 담을 수 없었던 생생한 이야기들이 있다.

바닷마을 인문학- 김준·따비·2019
김 연구위원의 삶에서, 연구대상에서 어촌은 중요한 대상이다. 그는 어떻게 바다를 만난 걸까. “군 제대 후 대학 4학년 때, ‘현대사 답사’ 공부 모임에서 암태도에 갔습니다. 제가 간 첫 번째 섬이었지요. 이 섬에서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일어났던 소작쟁의를 알아보려고요.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배 뒷전에서 큰 함지박에 담긴 세발낙지를 안주로 소주 몇 잔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차가운 겨울 바다 위에서 소주 한 잔에 낙지를 먹으면서 ‘진짜 섬에 들어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소안도에요. 1992년 목포대 조교 시절, 석사과정을 끝내고 ‘도서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을 때입니다. 연구를 위한 필드 조사로 처음 간 섬이죠. 농촌사회를 연구하다가 어촌사회로 관심을 옮기게 된 시작 지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400여 개의 유인도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10여 개 빼고는 다 가봤다. 유인도의 90%를 직접 가본 사람이다. 10여 가구가 살던 유인도에서 무인도로 바뀐 섬에도 갔다. 정기선이 없는 섬에는 배를 구해서 다녔다. 지금도 주말이면 바닷 마을로 답사를 하러 간다. 바닷 마을을 찾아다닌 지 30년이 되는 2020년에 ‘섬 문화답사기’ 8권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 책이 완성돼도 그의 답사는 계속될 것이다.

장흥 안양면의 바닷가에서 그는 “저기 어민들의 감태밭, 바지락 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정말 갯벌에 밭이 있었다. 논밭에 이랑과 고랑이 있는 것처럼 각자의 밭을 표시하는 말뚝이 줄지어 박혀 있다. 갯벌의 밭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물때를 맞춰 만나는 시간을 정했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밭이 드러나길 기다렸다. 그 시간이 신비로웠다. 바닷 마을은 이런 자연의 흐름을 오래 기다리고 지켜왔을 것이다. 밭이라고만 하기에는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일이 아니라, 바다의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라지기 전에 남겨두어야 할 기록

그가 바닷 마을을 답사하고 책을 내는 이유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농촌은 경제적 이유로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촌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러나 꾸준히 망가졌고, 많이 망가졌습니다. 더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얼굴 그을린 어촌민들이 평생 일하고 살았던 바닷가를 도시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바닷가가 고향인 사람조차 할아버지 아버지가 무엇을 지키며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그 이야기를 남겨두면, 그 가치가 공감을 얻으면, 우리의 바닷 마을은 더디게 무너질 겁니다. 그리고 어떤 ‘힘’을 만나면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연구를 위해 찾아간 섬, 바닷 마을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그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바다 생태계를 모르면 어민들과 얘기할 수가 없어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는 데 5년 정도 걸렸습니다. 물때, 해초, 물고기, 그분들이 사용하는 어구까지도 알아야 속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잡든, 해초를 뜯든 하나의 일마다 ‘말’이 있고, ‘도구’가 있다. 일이 사라지면 말도 사라지고 도구도 사라진다. ‘바닷마을 인문학’에는 말도, 도구도 기록됐다. 바닷 마을에는 바다에도, 바위에도 이름이 있다고 한다. 한 언어학자가 그의 책과 기사를 보고 “바닷가 풍속에 나오는 말을 수집하기 어려웠는데, 연구에 많은 도움이 돼 고맙다”는 연락을 해 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책을 보면서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역에 물을 준다는 대목에서는 깜짝 놀랐다. 책 속에서 그 부분을 보자. “바다에서 자라는 미역에 물을 준다니. 직접 보기 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 (중략) 독거도 돌미역은 조간대 상부에서 자라는데, 갯바위에 붙은 채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를 맞으면 햇빛에 노출되는 것이다. 6월은 햇볕이 따갑기에 노출 시간이 길어지면 미역이 마르거나 익어서 죽는다. 이를 막기 위해 미역밭을 돌아다니면서 물을 끼얹어주어야 한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까지는 말이다.”

물이 들고 날 때마다 바닷 마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것도 모르고 바다가 주는 것을 넙죽 먹기만 했으니 참으로 미안하다. 김 연구위원은 바닷 마을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부산에도 온다. 기장과 송정의 바닷 마을을 찾아온다는데, 그 곳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산 바닷마을의 삶과 가치를 그가 기록하고 있었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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