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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6> 포항 꽁치당구국

‘탕탕!’ 구룡포 아낙 당구 치니 … 국물마다 꽁치완자가 ‘동동~’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24 20:03:0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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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의 대표 생산 어종 꽁치
- 과메기·물회 등으로 맛보지만
- ‘칼로 생선 잘게 다진다’ 뜻의
- ‘당구국’으로 뱃사람들 즐겨 먹어

- 칼로 꽁치 잘게 다지거나 갈아
- 밀가루 더해 점성있게 반죽한 것
- 시락국·해풍국수 등 국 요리에
- 수제비 넣듯 뚝뚝 떼넣어 끓여
- 추어탕처럼 산초가루 넣기도
- 넉넉한 완자 먹다보면 보양 절로

지역마다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음식이 있다. 소울푸드·향토음식 등으로 지칭되는 음식이다. 이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만이 유독 애정하기에, 그 지역과 연관된 모든 인문지리가 축적돼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사회·풍속·자연환경·지역 사람들의 성정까지도 반영한다.
꽁치 사랑이 각별한 경북 포항지역 사람들은 꽁치 완자를 국(왼쪽)·국수(가운데)에 넣어 먹는다. 죽도시장 부근 식당에서 파는 꽁치다대기추어탕(오른쪽).
이 음식들이 발현되는 구체적인 환경 중 그 첫째는 식재료에 있다.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부한 생산량의 식재료로 지역사람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넉넉하게, 그리고 함께 공유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식재료가 지역의 자연환경과 지역사람들의 음식문화에 투영되면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토속음식으로 구현된다.

한때이기는 하나 서해의 조기나 꽃게, 홍어, 동해의 명태, 가자미, 오징어, 남해의 고등어, 전갱이, 갈치 등의 어족들이 그것이다. 이 식재료들이 지역의 환경에 따라 말리고 염장하고 삭히고, 굽고 찌고 조리되, 맵게 짜게 슴슴하게 조리된다.

그중 하나가 경북 포항을 중심으로 하는 동해안의 ‘꽁치’다. 한때 꽁치는 명태, 가자미와 더불어 동해의 최대 어획량을 자랑하던 수산물이었다. 주로 기장, 포항, 울릉도 앞바다가 주생산지였다. 특히 꽁치의 주 생산지였던 포항 동빈내항에는 꽁치를 부리면서 쌓인 꽁치 비늘이 사람 발목까지 푹푹 파묻힐 정도로 지천으로 넘쳐났었다.

때문에 포항 사람들은 풍족하게 잡히던 꽁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었다. 구워먹고, 조려먹고, 국으로 끓여먹었다. 생선회로, 물회로, 회덮밥으로 먹고, 죽으로 쑤어먹고, 전으로 부쳐 먹고, 말려서 과메기로, 염장해서 젓갈로, 발효시켜 밥식해로 두고두고 먹었다. 배고픈 시절 꽁치가 잡힐 철이면 꽁치는 그나마 최선의 단백질 보충 음식이었다.

꽁치
꽁치는 정약용의 저서 ‘아언각비’에 의하면 ‘아가미 근처에 침을 놓은 것 같은 구멍(空)이 있어 공치라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임원경제지’에는 공어, 공치어와 함께 ‘가을에 나는 생선으로 칼처럼 생겼다’ 하여 ‘추도어(秋刀魚)’, 빛을 좋아해 ‘불빛을 따라 움직이는 물고기’라고 ‘추광어(秋光魚)’ 등으로 표기하고 있기도 하다. 난류성 어종으로, 수심 30m 내외의 바다에서 떼 지어 산다. 겨울에 먼바다에서 봄·가을이 되면 연안으로 회유한다. 각종 문헌에 19세기부터 꽁치의 활용이 기록되어 있으나, 광복 이후부터 다량 생산하기 시작하여 1970년대 중반에 어획량이 그 피크를 이뤘다. 요즈음은 냉동상태로 수입하거나 원양어업으로 생산하고 있다.

꽁치는 주로 유자망(流刺網·물의 조류에 따라 떠다니면서 물고기를 가두거나 걸리게 하는 방식의 그물)으로 어획을 한다. 그러나 울릉도나 포항 구룡포에서는 봄 산란 철이 되면 손으로 꽁치를 잡는 ‘손꽁치잡이’가 이루어졌다. 가마니에 해초를 매달아 물 위에 띄워 놓으면, 꽁치가 그 해초에 산란을 하기 위해 떼로 모여든다. 이때를 기다려 어부들이 맨손으로 꽁치를 잡아들이는 것이다. 꽁치의 산란습성을 이용한 우리 전통의 어로법 중 하나였다.

이렇게 잡은 꽁치로 포항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밥상에 올렸다. 그 중 독특한 음식이 포항 구룡포의 ‘당구국’이다. ‘당구’는 ‘칼로 생선을 잘게 다진다’는 뜻의 포항 말. 말 그대로 꽁치를 통째 도마에 올려놓고 형체가 없어질 때까지 당구쳐서, 파와 양파, 밀가루 등과 버무려 어묵 재료처럼 연육 상태로 만든다.

이를 된장을 푼 냄비에 수제비처럼 숟가락으로 뚝뚝 떠 넣거나 완자 형태로 성형을 해 넣고 끓여낸다. 이때 무, 콩나물, 시래기 등 집에 있는 채소를 함께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시원하고도 구수한 ‘꽁치당구국’이 된다. 약간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산초(초피)가루를 쳐서 먹기도 한다.

조리법 전반이 일반적인 경상도 식 ‘국 요리’ 조리방식이라서 그 이름도 다양하다. 꽁치를 넣고 끓인 국이라 해서 ‘꽁치국’, 꽁치를 당구쳐서 만들어낸 국이라 하여 ‘당구국’, 꽁치와 시래기를 넣고 끓여내서 ‘꽁치시락국’, 추어탕처럼 끓여서 산초가루를 쳐 먹기에 ‘꽁치추어탕’, 꽁치를 되직하게 다져넣고 추어탕처럼 해먹는다고 ‘꽁치다대기추어탕’ 등으로 불린다.

경우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꽁치당구국’이지만, 공통적으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꽁치를 다지거나 갈아서 완자 형태로 국에 넣어서 먹는다’는 부분이다. 이렇게 해야 등 푸른 생선 특유의 진한 맛은 다소 줄이면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낼 수가 있다.

원래 ‘당구국’은 구룡포의 바다생선 어탕국수인 ‘모리국수’와 함께 뱃사람들의 아침 끼니이자 해장국이었다. 새벽에 뱃일을 하고 들어오거나 나가기 전, 한 그릇 훌훌 마시듯 배를 채우거나 한 잔 술과 함께 속을 풀었던 음식이었던 것.

구룡포에서는 40여 년간 당구국을 파는 곳이 있어, 지역사람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다. 전통 ‘당구국’ 형태를 그럭저럭 갖추고 있는 곳인데, 시래깃국 형태라 ‘시락국집’으로 불린다. 메뉴도 ‘시락국밥’ ‘시락국수’ 등으로 적어놓고 있다. 맑은 ‘시락국’에 꽁치완자가 들어갔다고 보면 되겠는데, 이를 산초를 쳐서 먹으면 시락국의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맛에 꽁치의 진한 감칠맛이 더해져 ‘진하게 시원한 맛’을 구현해 낸다. ‘시락국수’는 구룡포 특산이면서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해풍국수(바닷바람에 말린 국수)로 말아내기에 그 쫀득한 식감이 당구국과 잘 어울린다.

꽁치젓갈
꽁치젓갈로 담근 김치 또한 근래 먹기 힘들 정도로 그 맛이 깊고 구수하다. 김치의 식감은 살아있는데도 삭히고 삭힌 웅숭깊은 맛을 내니 흔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구룡포 사람들은 새우젓, 멸치젓 대신 내내 꽁치젓으로 김장을 하는 것이리라.

포항 죽도시장 부근에 가면 당구국을 현대화 한 식당이 있다. 큼지막한 꽁치완자가 듬뿍 들어가다 보니 ‘꽁치다대기추어탕’이란 이름으로 음식을 낸다. 남원 식 추어탕처럼 걸쭉하고 진한 맛을 낸다. 그러나 된장과 쌀뜨물로 비린내를 잡아 뒷맛은 깔끔하다. 되직한 국물에 넉넉한 꽁치완자를 베어 먹다 보면 한 그릇 보양식을 받아든 느낌이다. 곁들이 음식으로, 잘 장만한 꽁치회와 갖은 야채, 해초를 넣어 상에 올리는 ‘꽁치물회’와 ‘꽁치회밥’ 또한 꽁치의 구수한 매력을 잘 갖추고 있다.

가장 흔한 생선이었지만 온갖 음식으로 만들어 사철 먹어왔던 식재료, 꽁치. 그러하기에 한 시대의 보편적 입맛을 이끌었고, 음식의 지층을 더욱 두텁게 했던 어족이었다. 꽁치가 점차 사라지면서 구룡포 아낙들의 당구치는 소리마저 끊어질까 저어되는 요즘이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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