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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 수제맥주 탐방 <1> 고릴라브루잉컴퍼니

뻔한 맛 싫어서…커피맥주 원두 선정에만 한 달 ‘극한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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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하우스 맥주’란 이름으로 메뉴판에 오른 수제맥주(CRAFT BEER)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시만 해도 맥주는 시원하게 꿀꺽꿀꺽 들이켜는 주류이거나 ‘소맥’의 재료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했다(지금도 이 분위기는 건재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자취를 감췄던 수제맥주는 개성 강한 브루어리와 함께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다소 일률적인 기존 맥주 맛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은 수제맥주의 다양한 풍미와 향에 매료됐다. 브루어리마다 다른 수제맥주의 맛을 즐기는 마니아도 점점 늘고 있다.

지금 부산은 자타공인 수제맥주의 성지다. 지역 드링크 문화의 지형을 바꾸는 부산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들여다본다.


- 英 출신 두 대표가 2015년 오픈
- 각종 대회·세계 평가서 최고점
- 양조장 문화 지역 전파에 노력

- 젊은 지역업체들과 꾸준히 협업
- 최근 카페 ‘베르크’와 만든 맥주
- 맛과 색 예상 깬 황금빛 술 탄생
- “부산의 생동감, 맥주에 담을 것”

세계 3대 맥주 평가 사이트 중 한 곳인 ‘Untappd’에서 지난해 하반기 최고 평점을 받은 브루어리가 부산에 있다. 2015년께 영국인 폴 에드워즈, 앤디 그린 공동대표의 손에서 탄생한 고릴라브루잉컴퍼니다. 이곳은 맛과 품질이 검증된 맥주를 선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요가교실, 비어스쿨 등을 진행하며 양조장 문화를 지역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수제맥주 브루어리 ‘고릴라’와 카페 ‘베르크’의 대표들이 기장 정관에 있는 고릴라 양조장에 모여 ‘커피 맥주’에 들어갈 원두를 넣고 있다.
고릴라의 강점은 다른 브루어리 및 기업 등과의 활발한 협업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브루어리들과 새로운 맥주를 만드는 도전을 즐긴다. 덕분에 월드 비어 어워즈 등 국제 맥주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다디단 열매를 얻었고, 영국 미국 베트남 등에 맥주를 수출하며 ‘K-비어’ 트렌드를 확산하고 있다. 고릴라 맥주를 즐기는 팬도 점점 늘어났다. 수요가 늘어나자 광안점 한편에 있던 양조장을 기장 정관읍 산업단지로 확장 이전했고, 광안점에 이어 지난해 해운대에도 매장을 열었다.

최근 고릴라 양조장을 찾았을 때는 맥주 향기 대신 커피 향이 가득했다. 양조사들의 티타임이 열린 줄 알았지만 스페셜티 카페 ‘베르크로스터스’(부산진구 전포동)와 함께 ‘커피 맥주’라는 새로운 도전을 알리는 날이었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커피를 평가해 80점 이상의 점수(100점 기준)를 얻은 커피를 뜻한다. 베르크는 품질이 보장된 다양한 원두와 성당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오픈하자마자 부산 ‘핫플레이스’로 입소문 난 카페다.

커피 맛이 나는 흑맥주를 이미 접해본 적이 있어 맛과 색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했다. 고릴라 김한규 양조사가 “신맛이 조금 나는 황금빛 사우어 맥주로 만들 겁니다”며 예상을 깨트렸다. 고릴라의 에드워즈 대표도 “결과가 뻔한 실험은 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두 업체는 은은한 커피 향과 새콤한 산미가 느껴지는,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수많은 논의를 거쳤다.

이들 업체의 협업으로 탄생한 커피 맥주 ‘베이비 사우어’.
커피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한 원두는 고릴라와 베르크가 ‘커피 커핑’(Coffee Cupping) 작업을 거쳐 함께 결정했다. 커핑은 커피 가루에 끓기 직전의 물을 부은 뒤 우러난 커피를 머금고 원두의 향과 맛을 감별하는 예민한 작업이다. 맥주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온습도 등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전문가들의 ‘바늘구멍 면접’을 통과한 영광의 원두는 ▷말린 자두 맛이 나는 원두 ▷복숭아 리치 등의 맛을 품은 트로피칼 원두 ▷고소하고 달콤한 마카다미아 맛이 나는 원두 등으로 정해졌다. 베르크 송찬희 공동대표는 “커피 맥주에 들어갈 원두를 정하는 데만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다”며 “맥주의 기본 맛을 결정하는 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고릴라와 베르크가 각각 맥주와 커피에 대한 애정을 녹여낸 결과물은 지난달 ‘베이비 사우어’(330㎖·5500원)란 이름의 맥주로 세상에 나왔다. 맥주 마니아들은 새콤한 산미와 청량감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맴돈다고 호평했다. 1차 생산량은 이미 매진됐으며 오는 21일께 2차 판매를 시작한다. 고릴라 추덕승 이사는 “열정과 실력을 갖춘 젊은 업체들과 꾸준히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부산은 생동감 넘치는 도시다. 그 생동감을 맥주에 담아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퍼트리는 게 고릴라의 목표”라고 밝혔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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