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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1> 장혜숙 화가

해외봉사 가서 이우환 눈에 띄었다, 칠순에 화가가 됐다

  •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
  •  |   입력 : 2022-05-03 19:18:2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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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였다. 젊은 시절 자녀 교육에 매진했으나 아이들을 대학에 진학시킨 50대 이후 인생 전환을 시도했다. 보호관찰소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치료 봉사활동을 했고, 동남아국가에 가서 문화예술, 한국어 가르치기 봉사활동도 했다. 그리고 미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게 대박을 터트렸다. 현대미술의 거장인 이우환의 눈에 띈 것. 올해 나이 70. 인생 르네상스의 시작이다.
장혜숙 화가가 지난 3월 경남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열린 전시회 안내문을 천에 그리고 있다.
# 50대 미술 경단녀의 인생 전환

- 미술 전공 불구 60세까지 붓 놔
- 청소년보호관찰소 봉사 계기로
-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증 취득해
- 동남아 가 한국어도 가르치기도

# ‘뜻밖의 행운’ 세렌디피티 잡다

- 개인전 본 日 문화교류硏 직원
- 이우환 선생에 그녀 작품 추천
- 전시 주선·대학원 추천서 써줘
- 최근 조계종 종정 취임 미술전도

◇ 장혜숙의 인생Tip

사회를 위해 먼저 봉사하라
하늘이 언젠가는 응답한다


장혜숙 화가의 작품 ‘관계Ⅱ’(2017). 이우환 화백이 이 작품을 눈여겨봤다고 일본 국제문화교류연구소 요시다 켄이치 씨가 전했다.
▶인생 이모작이 이렇게 성공적이어도 되나요? 최근 성파 대종사의 조계종 종정 취임 기념 설치미술전을 하셨더군요.

-네. 지난 3월 10일까지 경남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개최했습니다. 성파 대종사께서 조계종 15대 종정에 취임하심을 기념하는 미술전이었습니다. 최근 저는 영혼이라는 주제에 심취해 있습니다. 작품전 이름을 ‘영혼의 풍화’라고 했었어요. 조각보, 천 등을 이용한 회화와 설치미술, 퍼포먼스를 통해 생과 사의 문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작품활동을 평생 해오신 것이 아니더군요. 그런데도 역량을 인정받으셨군요. 시작이 어떻게 된 건가요?

-사실 제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아이들 키우느라 60세 무렵까지 아예 붓을 놓고 지냈어요. 특히 30대, 40대, 50대의 그림 경력이 그냥 단절됐었지요. 다시 캔버스 앞에 선 것은 청소년보호관찰소 봉사활동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61살 때였어요. 그 당시 부산여대에 봉직하셨던 김인숙 교수님이 권하셔서 울산에 있는 청소년보호관찰소에 봉사활동을 시작했었어요. 주로 초·중학교 청소년기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가는 곳이죠. 심리상담치료를 하는데,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애들이 고개를 숙이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어요. 상담이 안 되는 거예요. 부모들이 제대로 양육하지 않아 그렇게 된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너무 쓰리더군요. 고민하다가 소통과 상담의 방법으로 미술치료 방법을 사용했지요. 결과가 좋더군요. 대략 4, 5년은 그렇게 보낸 것 같아요.



장혜숙(앞줄 한복 입은 이) 화가가 2018년 1월 베트남 하노이 탕롱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했다.
장혜숙 화가는 청소년보호관찰소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이를 내팽개친 비정한 사회에서 윗세대가 해야 할 역할을 길게 말했다. 보호관찰소 미술치료 봉사는 한 사회 구성원의 역할, 자신의 앞길에 대한 생각을 여물게 만든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동기를 만족시키는 것이 진정한 자유다’고 말한 앙드레 베르제즈를 이야기했다. 자유란 몸의 구속에서 탈피하는 것보다 마음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을 말하는데, 그 마음이 원하는 것도 즉자적(卽自的)인 욕망 조각이 아니라 영과 혼을 가진 생명체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아픔과 연관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천으로 만든 조각보 그림에서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이 혼유돼 있으나 이를 통해 치유받는 느낌이 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거침없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갈망은 단순히 인생을 멋있게 살고 싶다는 의미를 넘어 그림 세계의 철학과 맞닿아 있었다.


▶인생 이모작의 시작이었군요.

-미술이 꽉 막힌 사회. 인간에게 치유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느꼈어요. 더 잘해보려고 62세에는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했죠. 미술치료 활동을 하면서 결혼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미술에 대한 열정이 솟아 올라오더군요. 미술을 다시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65세 때였습니다. 그러나 미술 작업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제게는 봉사활동이랄까 사회활동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해외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2016년 64세 때였어요. 필리핀 롤마대학 메디컬센터, 2년 뒤에는 베트남 하노이 탕롱대학에 가서 한국 문화도 알리고 한국어도 가르쳤어요. ㈔부산여성미술 여성문화교류단 자격으로 갔었어요.

▶그런데 갈망만으로 되나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저는 용기 재능 돈도 없어요. 한심했지요. 그런데 행운이 왔어요. 2018년, 66세 때 베트남 봉사활동을 하던 중 현지에서 저의 개인전도 함께 열었는데, 우연히 들린 일본 국제문화교류연구소의 요시다 켄이치 선생님이 저의 그림을 유심히 보시더군요. 저의 그림이 좋으셨나 봐요. 그 후 부산에도 오셔서 저의 그림을 또 보시더군요. 그리고 그분이 저의 그림을 이우환 선생님께 소개하신 거예요.

▶이른바 ‘별의 순간’이 왔군요. 어떻게 됐나요?

-이우환 선생께서 저의 화풍을 좋게 생각하신다고 요시다 켄이치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무명이라도 이렇게 무명일 수 없는 시골 사람을 대가 이우환 선생께서 쳐다봐 주신 거죠. 놀라운 일이죠. 한 번도 만나 뵌 적도 없는데요. 선생님은 저의 작품을 일본 후쿠오카시미술관에 전시하도록 주선해주셨어요. 그것도 메인홀에다가요. 그때가 2020년 2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디자인대회에도 제가 출품한 작품이 입상되더군요. 이우환 선생께서 그러한 것을 참작해 우에노에 있는 유명한 동경예술대학 박사과정을 안내하며 입학 추천서도 보내주셨어요.

▶그게 가능한가요? 엄격한 자기관리로 소문난 이우환 선생께서 그렇게 도와주시다니요?

-그러게요. 지금까지 한 번도 뵌 적도 없는데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물론 제가 국내 미술대회에 수상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최고의 경지에 계신 대가의 그만한 지원을 받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 덕분에 2020년 4월에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에 정식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가 심각해졌기에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에 입국을 못 하고 있습니다만. 코로나가 풀리면 제일 먼저 달려가서 은혜에 감사하고 배움을 청할 겁니다.



장혜숙 화가의 인생 이모작은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을 뜻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했다. 미대를 졸업했으나 결혼하고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30년이나 붓을 잡지 못했다. 미술 경단녀였다. 그러나 청소년보호관찰소 봉사활동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재구성해 작품활동의 열망을 품게 됐다. 세렌디피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한국어 봉사활동을 통해서 거장 이우환의 손길을 받아 일본의 최고 대학원에 입학을 추천받는 행운을 잡았다. 물론 타고난 미술 재능이 있었을 것이다. 확실히 그녀의 설치미술에는 고달픈 영혼을 위로하는 아우라가 있다. 어쨌든 세상에 대한 책무감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은 그녀의 세렌디피티의 고삐였던 것 같다. 그녀의 세렌렌디피티는 타인을 위한 봉사가 오히려 자신의 인생 숙제의 해답으로 귀결되는 좋은 사례임이 틀림없다.


■ 청소년보호관찰소 봉사 팁

- 법무부 홈페이지·관찰소에
- 희망일 최소 2주 전에 신청
- 심리 치료·성폭력 상담 등
- 분야별 전문가 방문해 활동

청소년 보호관찰은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수용시설에 구금하지 않고 가정과 학교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되,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통해 준수사항을 지키게 하면서 의식과 행위를 개선하는 방법이다.

전국에는 56개의 보호관찰소가 있다. 청소년보호관찰소에서는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이 사회의 필요한 곳에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보호 조치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제도는 일손이 부족한 농장, 복지지원시설 등에서 신청해 활용할 수 있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홈페이지(www.cppb.go.kr)나 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 후 10일 이내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봉사 여건, 수혜자 유형, 지역사회기여도 등을 고려해 봉사활동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데, 봉사 희망일로부터 최소 2주 전에 신청하는 것이 좋다.

장혜숙 화가의 사례처럼 전문가가 보호관찰소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현재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면 심리치료, 성폭력 상담 등으로 봉사할 수 있다.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

◇ ‘뜻밖의 행운’ 세렌디피티를 잡는 법

1 생각을 정리한다.
2 질문을 통해 타이밍을 잡는다. 인생에 행운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기 위해.
3 똑똑한 직감을 기른다. 확실한 목표가 준비된 우연을 만들기 때문에.
4 시도하고 행동한다.
5 끈기 있게 밀어붙인다.
6 다양한 관계로 기회를 넓힌다. 인간관계가 세렌디피티의 크기를 결정하므로.

※출처=크리스티안 부슈 런던정경대 교수의 저서 ‘세렌디피티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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