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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5> 갖은 규제에 범법자 몰린 어민

저자세 국제협상해 쿼터 줄어들자…남획 말라며 어민 규제

  •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2-08-30 19:31:5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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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관료 국제협상 능력 부족
- 참치 할당량 연 1000t 안 돼
- 그물에 잡혀 죽은 물고기 폐기
- ‘영덕 소동’ 때 국민에 욕 먹어

- 국제기구, 남획 국가로 지목
- 노르웨이 과학적 자료로 반박
- 규제만 늘리는 한국과 대조

남획이라는 말이 비과학적이고 기준도 모호하지만, 수산 학자나 해양수산부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 바다 극히 일부만 보고 어민들이 남획을 한다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술처럼 반복해왔다. 그리고는 금지체장, 혼획 금지, 할당량(TAC) 같은 온갖 규제를 만들어서 어민 가운데 전과자가 아닌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고 한다.
지난달 28일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 죽은 참치가 쌓여 주민이 치우고 있다. 이 참치는 정치망 어선이 잡았다가 연간 어획량 한도가 차서 버린 것이다. 연합뉴스
잡는 어업 단위 면적당 어획 강도(漁獲强度)는 이웃 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쳐 한국이 가장 낮다. 다른 말로는 어업 규제 강도(規制强度)가 주변 국가보다 배 이상 높다는 뜻이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어획 효율과 단위노력당 어획량(CPUE)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일부 수산 전문가는 이 CPUE가 줄어드는 것을 남획, 즉 수산 자원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엉뚱하게 해석한다.

■영덕 해변에 떠내려온 참치 떼

지난달 28일 1만 마리가 넘는 죽은 참치가 경북 영덕군 해변에 떠내려와 방치돼 썩고 있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SNS에 올라왔고 저녁에는 전국 텔레비전 방송 뉴스에도 나왔다. 어업 규제를 점점 더 확대할수록 우리 어민은 그물에 잡혀 이미 죽은 물고기를 바다에 점점 더 많이 버릴 수밖에 없음은 지난 연재에서도 설명했다. 이런 자초지종을 모르는 사람이 인터넷 포털 관련 뉴스에 올린 댓글 중 공감 순위가 가장 높은 것 몇 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잡아서 먹지도 못하고 아까운 목숨만 날렸네. 어민들 단속 좀 해라. 실상은 어업이 젤 많이 죽여.”, “어민들 ㅋㅋㅋ 돈밖에 모름 ㅋㅋ”, “대한민국 어업인들이 얼마나 몰상식하고 이익만 추구하는지 기가 막힌다. 생물을 아끼고 지켜야만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한데 수준 낮은 인간들은 강력한 단속과 엄벌로 자연을 지켜야 한다.”, “어민들이 치워라. 빨리 치우고 청소비용 어민들이 배상해라. 니들은 참치 팔아 떼돈 벌었잖아. 요즘 참칫값 엄청 비싼데.”

우리 어민은 불합리하고 억울하지만, 그래도 악법도 법이라고 해양수산부 지침을 착실히 지켜 할당량을 초과한 참치를 바다에 버렸는데도 이렇게 국민에게 욕을 먹는다. 아무리 바다와 수산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사람이 이렇게 조건반사적으로 어민을 비난하도록 세뇌시키는 데 놀랍게도 대한민국 해양수산부가 앞장서 왔다.

■전문성 떨어지는 수산 관료

지금 우리 바다에서 잡을 수 있는 참다랑어(참치) 할당량은 2014년부터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에서 결정한다. 해양수산부가 대응을 제대로 못 해 한국은 할당량이 1000t도 안 된다는 사실은 수산 분야에서 오래 동안 몸담은 사람이야 알지만, 일반 국민은 그 자초지종을 잘 모른다.

이 할당량을 초과해 잡힌 참치는 바다에 버려야 하는 문제는 영덕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해양수산부나 일본 수산청은 다랑어 관련 국제협약을 맺을 때 정치망과 같은 수동적 어구나 혼획으로 잡힌 다랑어는 할당량 집계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해야 했다.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인데 이걸 국제협상할 때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다면 한일 공무원 모두 무능하거나 직무 유기에 가깝다. 순환보직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기 힘든 공무원이 국제회의에 참석했으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수산정책, 어민 이익보다 국제 체면 우선

집 안에서는 큰소리치면서 막상 밖에서는 국제협상도 제대로 못 해 그 피해를 우리 어민에게 고스란히 넘기는 일은 이번 영덕 참치 소동뿐만이 아니다. 가령 2015년 대서양 트롤업계 구조조정을 하면서 서부 아프리카 원양 어장을 모두 잃어버렸다. 우리 어업인 이익보다 국위선양을 더 중요하게 여겨, 국제기구 보고서나 협정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어민에게 피해를 강요해 왔다.

실제 세계식량기구(FA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수산 선진국이라고 하는 노르웨이가 남획 국가라고 평가하는 보고서를 종종 내기도 한다. 노르웨이 수산 학자나 공무원은 이런 국제기구 평가를 충분한 자료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당당하게 반박하는 반면, 국내 수산 전문가나 해양수산부는 제대로 반박도 못 하고 돌아서서 우리 어민이 ‘반성’도 하지 않은 채 남획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어업 규제를 더 확대한다. 그리고 그 규제를 어기면 범법자로 단속하거나 도덕적으로 비난한다. 어민들은 1년 내내 법을 어기는 범법자라고 국민에게 각인시킨다. 그런 온갖 규제를 농업에 적용하면 농민도 1년 내내 범법자가 될 것이다. 이는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다.

■어민 인권 제대로 인정해야

지난 3년 동안 현장 어업인이 법정 소송을 벌이는 것을 옆에서 조언해주면서 느낀 것은 지금 대한민국 행정과 사법 체계에서는 이런 불합리한 어업 규제를 없애거나 개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이었다.

법은 한 번 만들면 없애기 쉽지 않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만들어야 하는데도 해양수산부는 지난 25년 동안 입법을 남용해 왔다. 어민 생존권 관련 인권 문제로 접근하고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어민이 돈을 많이 버는 자랑스러운 아빠로, 험한 바다에서 힘들게 일해 건강식품 생선을 잡아 공급하는 떳떳한 노동자로, 바다에서 사고가 났을 때는 가장 먼저 달려와 도와주고 대한민국 영해권을 지키는 고마운 사람으로 정당하게 인정받게 해주어야 한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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