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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북극에서 부산의 기회를 보다 <1> 북극에서 확인한 기후 위기

만년설 녹아 평평해진 산…‘최후 보루’ 종자보관소도 위태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2-08-31 19:45:18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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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덮여 흰 병풍같던 산엔 돌뿐
- 종자보관소, 눈녹은 물에 침수되기도
- “영구동토층 녹는건 심각한 위험 신호
- 온난화효과 CO₂의 20배 메탄 나온다”

북극의 얼음과 동토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산을 하얗게 덮은 눈, 해빙, 육상 빙하, 영구동토층은 북극을 상징해왔으나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온난화는 이를 모두 없애버렸다. 얼음과 눈으로 기후변화를 막아왔던 북극은 최근 일어나는 기상 이변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인류에게 경고하고 있다.
2022 부산청소년 북극체험탐험대원들이 31일 북극과 가장 가까운 마을인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롱위에아르뷔엔에서 가장 큰 빙하인 롱위에빙하 트레킹에 나서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빙하 없는 빙하지대…눈 없는 북극 마을

지난 30일 롱위에아르뷔엔으로 향하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빙하지대. 하늘에서 본 이곳에서 빙하나 빙산을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섬 저지대에서도 역시 빙하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빙하는 중력에 의해서 바다로 흘러내려 빙산 형태로 바다를 떠돌다 녹는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산에서 이미 녹아 물줄기를 이루고 바다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롱위에아르뷔엔에 인류 최후의 날을 대비해 설립한 국제종자저장고. 이곳에는 영구동토증의 혹독한 추위를 활용해 약 450만 종의 씨앗이 보관돼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다음 날인 31일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섬 롱위에아르뷔엔 마을에서는 기후 온난화 혹은 가열화의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얀 포대기로 둘러싸 거센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던 거대한 산들은 만년설이 사라지고 돌무더기만 남았다. 뾰족했던 산 정상은 얼음이 녹고 돌이 흘러내리면서 편편하게 바뀌었다.

북극대학 뒤편 해발 약 950m 히오르드피엘렛 산은 사시사철 내려앉았던 만년설이 모두 녹아 돌과 함께 흘러내리면서 깊게 골이 팼다. 장엄하고 우아했던 모습은 마치 성난 북극곰이 할퀸 듯 흉포하게 변했다. 주택과 상점가 밀집지 뒤편 해발 450m 주커산 중턱부터 정상에는 철심과 울타리가 박혀 있었다. 산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던 얼음이 녹으면서 자갈과 바위가 민가를 덮쳤고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설치한 시설물이었다. 반대편 해발 500m 플라트베르게산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계속된 국지적 산사태로 산에 깊게 박혀 있던 탄광시설이 무너져 나뒹굴고 있었다. 만일 폭우 혹은 긴 시간 동안 비가 내리면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450만 종 씨앗 저장 국제 종자저장고도 위태

마을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도 불안하다. 대재앙이 닥쳐도 후손들이 살 수 있도록 약 450만 종의 씨앗을 저장한 ‘인류 최후의 날 저장소’로 불린다. 2008년부터 노르웨이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이곳에 묻어둔 이유는 에너지 공급이 멈춰도 종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메마르고 혹독하게 추운 기후 때문이다.

그러나 영구동토층에 깊숙이 박아 넣은 콘크리트 덩어리는 땅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일부가 노출돼 그 아래를 철근이 받치고 있었다. 주변을 밟을 때마다 푹푹 들어가 스펀지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발목까지 꺼지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물웅덩이도 곳곳에 보였다. 산 아래로 내려가자 폭포수처럼 물이 콸콸 쏟아졌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동토층을 버티고 있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이런 폭포의 숫자는 점차 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7년에는 3개의 지하 저장고 중 한 곳의 입구 터널이 침수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영구동토층이 녹는 건 심각한 위기 신호다.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0배는 강한 메탄이 배출된다. 메탄은 영구동토층과 석회암층 아래 13만 년 전 생성된 지층이기 때문에 그 양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깊은 산에만 남은 빙하“언제 사라질지 몰라”

마을을 둘러싼 산 중 유일하게 빙하가 남은 롱이어클래셔산도 한 시간 넘게 자갈밭을 걸어 올라가야 겨우 얼음과 눈을 살펴볼 수 있었다. 빙하는 날이 갈수록 산 정상으로 퇴각하는 형태로 쪼그라들고 있었다. 어렵게 찾은 빙하는 성인 남성 키 높이정도는 됐지만 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어 곧 사라지거나 붕괴할 것처럼 보였다. 빙하지대 안내를 맡은 마을 토박이 에밀 야거비도(20) 씨는 “어릴 때만 해도 얼음뿐이었고 한여름에도 녹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 3m 높이 빙하가 3개월 만에 다 녹아버렸다”며 “지난주에 기온이 10~15도까지 올라가면서 산 중턱에 있던 눈과 얼음이 모두 사라졌다. 빙하도 단 3일 동안 20㎝가 녹아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전과 비교하면 20m 정도의 빙하가 후퇴했다. 더 큰 문제는 빙하의 두께다. 눈이 쌓이면 무릎까지 오는 곳이었는데 이제 얼음이 몇 ㎝밖에 남지 않았다. 얼음이 녹으면서 산도 점점 내려앉고 있다”고 우려했다.

취재진이 극지연구소와 이곳 빙하지대를 탐사해본 결과 그나마 쌓인 얼음 대부분은 1년짜리 하얗기만 한 얼음이다. 이런 얼음은 산소를 많이 포함해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4년이 넘는 온도 변화에 비교적 강한 푸른빛 다년생 얼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 마을의 눈과 얼음은 10년 전부터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마을 주민과 스발바르 박물관 자료를 보면 20년 전에는 여름에도 이 일대의 산은 모두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70년 전에는 마을 전체를 눈이 덮고 있었다. 극지연구소 서현교 박사는 “매년 6~8월 여름이면 다산과학기지에서 기후변화 등의 조사 활동을 벌인다. 롱위에아르뷔엔은 이 기지를 방문하기 전에 거치는 마을”이라며 “이렇게 눈이 없는 마을은 정말 낯설다. 7년 전만 해도 8, 9월 방문 때 산 아래까지 눈이 둘러싸고 있었다. 기후 위기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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