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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66> 백두대간 송이버섯

이 영물 나왔단 소식에 맛객 애간장 녹는다…눈으로, 코로, 입으로 맛을 세 번 음미하시라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9-27 19:28:2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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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시대 왕에 진상했다는 기록
- 이색 “송이를 먹으면 신선” 극찬

- 올 첫 수매가 ㎏당 100만원 달해
- 전국 생산량의 70~90%가 경북
- 적송 숲서 자란 것들 최고로 쳐

- 잘게 찢어 소금 몇 톨 뿌려 한점
- 입안에 금강송의 향기가 가득
- 소고기와 함께 즐기면 호사 두배
- 된장국에 넣으면 최고의 후식

송이버섯만큼 식도락가를 들뜨게 하고 그 맛과 향에 취하게 하는 식재료가 있을까.
송이는 주로 9~10월 가을 즈음에 소나무나 참나무 숲에서 군생한다. 살이 두툼하고 솔향이 은은하게 나는 최고의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경상북도는 전국 송이 생산량의 70~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생산지다.
우리 민족과 더불어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고금을 막론하고 송이를 아주 귀물로 여겼다. 송이 한 송이만으로도 흔감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는 것.

역사적으로도 보면, 삼국사기에 왕에게 송이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후로 왕가나 귀족에게 인기가 높은 식재료였고, 조선왕조실록에도 ‘명나라에 줄 선물목록에 송이가 포함됐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동아시아의 귀물로 널리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맛이나 효능 또한 좋아 동의보감에는 ‘송이는 맛이 평하고 달며 독이 없고 솔향이 향기롭다. 산중 소나무 밑에서 소나무의 기운을 받고 자라 버섯 중에 제일이다’고 했으며, 증보산림경제에는 ‘꿩고기와 함께 국을 끓이거나 꼬챙이에 꿰어서 유장을 발라 반숙에 이르도록 구워 먹으면 채중선품(菜中仙品)이다’고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또 고려시대 목은 이색은 동국이상국집에서 ‘예전 사람들은 신선이 되겠다며 불로초를 찾아다녔는데, 신선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송이버섯을 먹는 것’이라 적은 것을 보더라도 송이는 뜻깊고 귀한 물품으로 인식되어 왕이나 웃어른들에게 최상의 진상품이나 선물로 여겨졌다.

이처럼 송이는 몇 가지 점에서 타 식재료와 귀한 차이가 있다. 맑고 깨끗한 심심산천, 청정한 소나무 숲에 기대어 서식한다는 점과 오로지 자연에서만 채취될 뿐 인공적으로 인간이 재배할 수 없을 정도로 고고하다는 점, 땅 위 피는 시기조차 짧아 잠깐의 명을 다하고 사라져버리는 귀한 몸이라는 점 등이다.

그래서 송이버섯은 고가의 식재료이기도 하다. 갓이 덜 핀 상태에서 단단하게 잘생기고 솔향이 향기로운 송이를 A급으로 치는데, 올해 가을 첫 수매가가 ㎏당 100만 원을 호가한단다. 100g에 10만 원 안팎이다. 투플러스(++) 한우 소고기가 100g당 평균 2만 원 내외라고 보면, 그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겠다.

그래서 ‘송이버섯 나는 자리는 자식에게도 안 가르쳐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한때 강원도에 무장공비가 가끔 출몰했는데, 이 와중에도 송이 철에는 그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채취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손으로 잘게 찢은 송이.
자연에서 저절로 나는 것 중 임자가 있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들 하지만, 송이는 비록 깊은 산속에서 나더라도 엄연히 주인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를 이어 소유권을 가진다. 그러하기에 송이 철에 송이를 무단 채취하면 법에 저촉된다. 이 때문에 송이버섯 산지에서는 송이 채취 시기에 입산을 금지하거나 불법 채취를 감시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송이는 주로 9~10월 가을 즈음에 소나무나 참나무 숲에서 군생한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인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준령, 지리산 등지에서 섭씨 17~20도 내외에서 잘 자란다. 10㎝ 크기에 굵기 2㎝ 정도로 살이 두툼하고 솔향이 은은하게 나는 최고의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소금에 찍은 송이.
특히 금강송이라 불리는 ‘적송’이 숲을 이루는 곳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을 소나무의 정기를 받아 ‘독이 없고, 맛이 달며, 향이 좋은’ 버섯 중의 으뜸으로 치고 있다. 또한 항암 및 성인병에 유효하여 약용으로도 가치가 높은 식재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송이 산지로는 강원도 양양, 경상북도 봉화, 영덕과 울진, 지리산 자락인 전라북도 남원, 전라남도 구례 일원 등이다. 큰 산자락 속 골이 깊은 소나무 군락지가 주산지이다. 그 중 경상북도가 전국 송이 생산량의 70~90% 이상을 차지하는 송이 대표 생산지이다.

주변에 좋은 지인들이 있어 매년 송이 철이면 송이로 입 호사를 누리는 편인데, 올해도 지인의 집안 어른이 직접 채취한 송이버섯 몇 송이를 받았다. 송이를 온 정성을 다해 결대로 잘게 찢는 수고로움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부드럽게 결이 나가는 손끝의 감각과 찢을 때마다 은은한 소나무 향의 싱그러움까지, 먹기 전의 준비과정 또한 기껍기 이를 데가 없다.

소고기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송이.
워낙 예민한 영물이라 조리할 때 쇠로 만든 식기를 써서는 안 된다. 송이밥을 지을 때나 전골 요리는 어지간하면 돌솥이나 돌냄비 도자기류 식기를 써야 한다. 쇠칼을 쓰면 안 된다. 송이 특유의 그윽한 솔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가장 고귀한 식재료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는 미식가들의 애간장을 구구절절 녹여내는 송이버섯. 이렇게 애절한 사랑을 받다 보니 요리 방법도 다양하게 발달하기도 했거니와 준비과정 또한 까탈스럽기만 하다.

송이를 조심스레 장만한다. 좋은 술과 함께 맛보기 위해서다. 종이행주에 물을 묻혀 송이에 묻어있는 흙과 이물질을 조심스레 닦아낸다. 그리고는 뿌리 쪽의 단단한 부위를 나무칼로 살살 긁어낸다. 송이를 반으로 갈라 결대로 잘게 찢는다. 싱그러운 송이 향이 등천한다. 깊은 산 속 금강송 숲에 서 있는 느낌이다.

찢은 송이에 소금을 몇 톨 뿌려준다. 이윽고 청주 한 모금 머금고 송이 한 점 입에 넣는다. 으음~! 깊고 깊은 심산유곡의 금강송 숲에 청량한 바람이 인다. 그 바람 속으로 서늘한 소나무 향이 은은하게 온 숲으로 퍼져난다. 그 소나무 숲에 잠깐 서 있는 느낌, 그윽하다.

오랜만에 소고기를 굽는다. 송이버섯에 소고기라. 귀한 식재료의 조합이다. 좋은 식재료에 좋은 식재료, 맛의 조합은 둘째치고서라도 대단한 호사의 음식인 것만은 분명하겠다. 잘 구운 소고기 위에 송이 한 쪽 척 올린다. 고소한 소고기 맛에 감칠맛이 터져나는데, 와중에 송이 향이 기름진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송이를 장만하면서 다듬어놓은 송이 조각들로 된장국을 끓인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에 송이 조각을 넣어준다. 향긋한 송이 향이 구수한 된장국과 어우러지며 참으로 근사한 냄새가 풍성하다. 한 술 떠먹어보니 된장의 짠 내가 사라지고 은은한 솔향이 입안을 감돈다. 상당히 격조 있는 된장국 맛이랄까. 특히 소고기를 먹은 후의 송이 된장국은 너무나 잘 맞는 조합의 후식이라 할 수 있겠다.

가을이 선물하는 귀한 식재료, 송이버섯. 십장생 중 하나인 천년 소나무의 신령한 기운을 나눠 받고 자라기에 그 맛과 향이 수려하다. 가을의 길목에서 송이버섯을 만난다는 것은 귀한 이를 대하듯 반가운 일이다. 정녕 이 가을에 좋은 인연이 생길 징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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