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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23> 조행일록

세곡 징수와 바닷길 운반 과정…해양박물관, 7월 특별전

  • 김승신 국립해양박물관 전시기획팀 학예사
  •  |   입력 : 2024-04-25 18:51:5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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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열현감 임교진, 금강 일대서
- 곡물 세금 걷어 한양까지 옮겨
- 날짜별로 항해일지 빼곡히 기록
- 19세기 조운 담당 조선 관리의
- 다양한 모습 엿볼 수 있는 기회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조행일록’ 은 1862년(철종 13)부터 이듬해까지 함열현감(함열은 현재 전북 익산시) 임교진이 금강 일대 군·현에서 거둔 세곡(稅穀, 세금으로 납부한 곡물)을 한양 경창(광흥창)까지 옮긴 일을 기록한 가장 이른 조운일기다. 임교진은 환갑 나이에 함열현감과 함열현에 위치한 성당창의 세곡을 한양까지 운반하는 책임을 함께 맡았다.
현재 전북 익산시를 다스리던 함열현감 임교진이 1862년부터 이듬해까지 작성한 조행일록 표지(왼쪽)와 상세 모습.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그는 고령이었지만 관할 여덟 고을(현 전북 남원, 익산, 완주, 진안 및 충남 금산 일대) 세곡을 기한 내 걷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법전에는 지역별로 조운선 출발 기한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었다. 성당창의 경우 3월 15일 출항해야 하지만 수심 확보·세곡 선적의 어려움 등으로 그보다 조금 늦은 3월 27일 웅포(성당창 하류 포구)에서 출발한다.

3월 27일 출항한 조운선 12척은 천자문 한자를 따서 함(醎), 서(署), 항(恒), 귀(歸), 백(白), 구(駒), 만(萬), 여(黎), 공(貢), 천(天), 덕(德), 주(宙)자선으로 명명했다. 각각 배에 평균 1160석의 쌀과 콩을 실었는데, 법전에는 1000석으로 규정되어 있었지만, 세곡의 양이 많아 과적할 수밖에 없었다.

순풍제까지 지내며 무사 항해를 빌었지만 세곡을 운반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바람과 조수가 맞지 않아 여러 날 운항하지 못한 일이 잦았고, 4월 6일에는 만(萬)자선이 풍랑에 떠밀려 좌초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임교진과 선원들은 파손된 선박에서 세곡을 가까운 섬으로 옮기고 새 배를 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4월 18일이 되어서야 중간 점검지인 고대도(현 충남 보령)에 닿을 수 있었다. 이미 법에서 정한 최장 운항 기간인 25일을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기에 관련 내용을 더욱 꼼꼼히 남긴 것으로 생각된다.

험하다고 소문난 안흥량(현 충남 태안반도 앞 해협)을 넘어 경강(한강) 초입까지 무사히 도착한 조운선단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한다. 바닷길보다 더 어려운 강 항해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경강은 토사가 많이 퇴적되어 조운선과 같은 큰 배 운항은 물때나 바람이 맞아야 가능했다.

4월 24일 경강에 들어선 조운선단은 바람과 물때에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했으며 모래톱에 걸리기가 여러 번이었다. 선원은 밧줄을 걸어 견인하거나 배를 띄우기 위해 작은 배들을 동원하여 세곡을 실어내기도 한다.

마침내 5월 3일, 갖은 어려움을 헤쳐 한양 경창에 도착한 임교진은 세곡을 무사히 납부하고 다시 근무지인 함열현으로 돌아간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오는 7월 ‘조행일록’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조행일록’에는 세곡을 걷고 바다로 운송한 일이 날짜별로 자세히 적혀 있다. 또한 조운 과정에서 관찰한 바다,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어머니 제사, 가족 병환을 걱정하고 수시로 처방전을 챙겨 보내는 등 19세기 조운을 담당했던 관리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세곡을 운반한 가장 오래된 일기를 톺아보며 그 속에 녹아있는 많은 이야기를 살펴보는 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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