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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간다니 체찰사 쌀 보내…백성이 준 밥 민폐될까 거절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55> 정유년(1597년) 5월 13일~6월 3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5-12 19:30:3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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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복 입은 체찰사, 모친상 위로
- “음흉한 원균 탓 나라 걱정” 탄식

- 고을사람 음식 얻어먹은 종들
- 매 때리고 밥한 만큼 쌀 갚아줘

5월13일[6월27일] 맑음.

어젯밤에 부찰사의 말이 “상사(이원익)가 보낸 편지에 나에 대한 일(파직되어 백의종군하게 된 일을 말함)을 많이 안타까워하고 탄식했다”고 한다. 늦게 정사준이 떡을 만들어 왔다. 순천부사(우치적)가 노자를 보내주니 너무 미안하다.
지난해 7월 아산 현충사에 갔을 때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현충사 터가 경매에 넘어가는 절체절명 위기가 닥쳤을 때 온 백성이 성금을 모아 지켜낸 일을 기념하는 전시였다. 힘겨운 백의종군 기간 백성이 이순신 장군을 성심성의껏 모신 일을 떠올리게 한다.
5월14일[6월28일] 맑음.

아침에 순천부사가 와서 보고 돌아갔다. 부찰사도 출발하여 부유(순천시 주암 창촌리)로 향해 떠났다. 정사준, 정사립, 양정언 등이 와서 나를 모시고 가겠다고 하기에 같이 아침밥을 먹고 길에 올라 송치(순천시 서면 학구리) 밑으로 가서 말을 쉬게 하고 혼자 바위 위에 앉아서 한동안 곤하게 잤다. 운봉의 박롱이 왔다. 저물 무렵 찬수강(순천 황전면과 구례 사이의 섬진강 지류)을 말에서 내려 걸어서 건넜다. 구례현에 이르러 손인필의 집(구례 봉북리 260)으로 갔다. 바로 현감(이원춘)이 보러 왔다.

※4월 27일 순천에 가서 정원명의 집에서 17일간 유숙하고, 이날 구례로 갔다.

5월15일[6월29일]

비가 오다 개다 했다. 주인집은 지대가 낮고 험하여 파리가 벌때처럼 몰려들어 사람이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동헌 옆에 있는 모정(茅亭)으로 옮겼더니 남풍이 불어 들어와 시원했다. 구례현감과 함께 종일 이야기하고 거기서 그대로 잤다.

5월16일[6월30일] 맑음.

구례현감과 함께 이야기했다. 저녁에 남원의 탐후인이 와서 전하길, 체찰사가 내일 곡성을 거쳐 이 구례현에 들어와 며칠 묵은 뒤에 진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구례현감이 점심상을 내왔는데 매우 융숭했다. 대단히 미안했다. 저녁에 정상명이 왔다.

5월17일[7월1일] 맑음.

구례현감과 이야기했다. 남원 갔던 탐후인이 와서 전하길, 원수(권율)가 운봉의 길로 가지 않고 명나라 양총병(양원)을 영접하기 위해 전주로 달려갔다고 한다. 내가 헛걸음한 것 같아 민망하다.

5월18일[7월2일]

일제강점기에 현충사 터를 지키려고 모금에 동참한 백성 가운데 한 여성의 사연을 담은 그림이다.
맑고 동풍이 크게 불었다. 저녁에 김종려 영공이 나를 보러 남원에서 바로 이리로 왔다. 충청수영의 영리 이엽이 한산도에서 왔기에 아산 집에 보내는 편지를 부치기는 했으나 아침부터 술을 먹고 광기를 부리는 꼴이 가증스러웠다.

5월19일[7월3일] 맑음.

체찰사가 구례현에 들어온다 하므로 성 안 관아에 머물러 있기가 미안해서 동문 밖 장세호의 집으로 옮겨갔다. 명협정에 앉아 있는데 구례현감이 보러 왔다. 저녁에 체찰사가 구례현으로 들어왔다. 오후 4시쯤에 소나기가 크게 쏟아지다가 오후 6시쯤에 개었다.

5월20일[7월4일] 맑음.

저녁에 첨지 김경로가 와서 만났는데, 무주의 장박지리의 농토가 아주 좋다(好品)고 말했다. 옥천 사는 권치중은 김첨지의 서처남인데, 장박지리란 곳이 옥천 양산창에서 멀지 않다고 했다. 체찰사 이원익이 내가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공생을 보내고 이어 군관 이지각을 보내더니, 조금 있다가 또 사람을 보내어 조문하기를, “일찍 모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가 이제야 비로소 듣고 놀라며 애도한다”고 하고, 저녁에 만날 수 있는가를 물었다. 나는 저녁에 당연히 가서 뵙겠다고 대답하였다. 어두울 무렵 가서 뵈오니, 체찰사는 소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히 일을 의논할 때 체찰사는 개탄하기를 마지않았다. 밤이 되도록 이야기 하는 중에 “일찍이 임금의 분부(有旨)가 있었는데 거기에 불편한 말이 많이 있어서 그 심사가 미심쩍었으나 미처 그 뜻을 알지 못했다”고(이순신을 파직하고 원균을 대신 보내는 얘기를 두고 말한 듯함) 했다. 또 말하기를 “음흉한 사람(원균)의 무고하는 행동이 심했건만 임금이 굽어살피지 못했으니 앞으로 나라일을 어찌할꼬”하는 것이었다. 떠나올 때 남(南) 종사가 사람을 보내서 안부를 물었으나 밤이 깊어 나가 인사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5월21일[7월5일] 맑음.

박천(평안북도 박천)군수 유해가 서울에서 내려와서 한산도로 가 공을 세우겠다고 했다. 또 말하기를 은진현에 오니 현감이 한산도로 가는 배편에 대해 이야기 하더라고 하였다. 유해가 또 말하기를 “중죄(왜적과 결탁해 군기를 누설한 죄)를 짓고 옥에 갇힌 이덕룡을 고소한 사람이 거꾸로 옥에 갇혀 세차레나 형장을 맞고 다 죽어간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또 과천의 좌수(유향소 수장) 안홍제 등은 본시 죽을 죄도 짓지 않았지만 이상공(李尙公)에게 말과 20살짜리 여자 종을 바치고 나서야 석방되었다고 한다. 안팎이 모두 바치는 물건의 많고 적음에 따라 죄의 경중을 결정한다 하니 이러다가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것이 이른바 ‘백전의 돈으로 죽은 혼을 되살린다’는 것이리라. (一 陌金錢 便返魂, 명나라 구우가 쓴 소설 ‘전등신화’에 나오는 7언율시의 한 구절임)

5월22일[7월6일] 맑음.

남풍이 크게 불었다. 아침에 손인필의 부자가 와서 만났다. 박천 유해가 승평으로 가서 그 길로 한산도로 간다고 하기에 그 편에 전라, 경상 두 수사(이억기, 배설)와 가리포첨사(이응표)등에게 문안 편지를 써 보냈다. 늦게 체찰사의 종사관 김광엽이 진주에서 구례현으로 들어오고, 배흥립 영공도 온다고 편지가 왔다. 그간의 정회를 풀 수 있을 것같아 다행이다. 혼자 앉았노라니 비통함을 견디기가 어렵다. 어둘 녘에 기다리던 배흥립 동지와 구례현감 이원춘이 와 만났다.

5월23일[7월7일]

아침에 정사룡, 이사순이 와서 보고 원공(원균)의 일을 많이 전했다. 늦게 동지 배흥립은 한산도로 돌아갔다. 체찰사가 사람을 보내어 부르므로 가서 뵙고 조용히 의논했는데, 시국의 일이 이미 잘못되어버린 것에 대하여 많이 분개하며 다만 죽을 날만 기다린다고 했다. 나는 내일 초계(합천 원수의 진영)로 간다고 했더니, 체찰사는 이대백이 모은 쌀 2섬을 체자로 써서 이를 성 밖의 집 주인 장세휘의 집으로 보내주었다.

5월24일[7월8일] 맑음.

동풍이 종일 크게 불었다. 아침에 광양 고응명의 아들 언선이 보러 와 한산도 사정을 많이 전했다. 체찰사가 군관 이지각을 보내어 안부를 묻고, “경상우도의 연해안 지도를 갖고 싶으나 방도가 없으니 지난날 본대로 하나 그려 보내주기 바란다”고 청했다. 그래서 나는 거절할 수가 없어서 지도를 초잡아 그려 보냈다. 저녁에 비가 크게 내렸다.

5월25일[7월9일]

비가 왔다. 아침에 초계를 향해 길을 떠나려 하다가 비 때문에 가지 않고 혼자 시골 집에 기대어 앉아 있자니 이어지는 회포가 끝이 없다. 슬프고 그리운 생각을 어찌 말로 다 하랴.

5월26일[7월10일]

종일 많은 비가 내렸다. 비를 무릅쓰고 길을 막 떠나려 하는데 사량만호 변익성을 만났다. 무슨 조사를 받기 위해 이종호에게 붙잡혀 체찰사에게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잠시 서로 대면하고는 그 길로 석주관(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여기서 영남·호남이 나뉜다)에 이르니, 비가 퍼붓듯이 쏟아진다. 말을 쉬게 하고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간신히 악양(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이정란의 집에 당도했는데 문을 닫고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 집에는 뒤쪽에 기와집채도 있었다. 종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다른 집을 물색해 보았으나 합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정란의 집은 김덕령의 아우 김덕린이 빌려 쓰고 있는 집이다. 나는 아들 열을 시켜 억지로 청해서 들어가 잤다. 행장이 모두 다 젖었다.

5월27일[7월11일]

반은 흐렸고 반은 개었다. 아침에 젖은 옷을 널어 바람에 말렸다. 늦게 출발해 두치(하동읍 두곡리)의 최춘룡의 집에 도착하니 사량만호(변익성)와 이종호가 먼저 와 있었다. 끌려갔던 변익성은 곤장 20대를 맞고 꼼짝도 못 한다고 했다. 유기룡이 보러 왔다.

5월28일[7월12일]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늦게 길을 떠나 하동현에 도착하니, 하동현감(신진)이 반갑게 인사하며, 성 안의 별채로 맞아들여 정성을 다하여 대접했다. 그리고 원균이 하는 일에 미친 짓이 많다고 했다. 날이 저물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변익성도 왔다.

5월29일[7월13일] 흐림.

몸이 너무 불편하여 길을 떠날 수 없었다. 그대로 머물며 몸조리했다. 하동현감은 정겨운 말을 많이 했다. 황생원이라고 하는 70세나 되는 노인이 하동에 왔다고 하는데 원래는 서울에 살았지만 지금은 떠돌아다닌다 한다. 만나자 했으나 만나지 않았다.



▶정유년(1597년) 6월

하동 옥종을 거쳐 산청 단계를 지나고 이달 8일(출옥 후 67일 만)에 초계의 원수 진영에서 원수(권율)를 만난다. 백의종군 길이 아무리 어려워도 백성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만은 엄금한다. 합천 모여곡에 거처를 정하고 백의종군 중이지만 나라 걱정하는 그 마음은 한결같다. 이달 중순 원균은 삼도수군을 이끌고 부산 쪽으로 출전했다가 아까운 두 장수만 잃고 패전해 돌아오고 이 소식을 들은 이순신은 절망한다.

6월1일[7월14일] 비 옴.

일찍 떠나 청수역(하동군 옥종면 정수리) 시냇가의 정자에 이르러 말을 쉬게 했다. 저물녘에 단성(진주와 접경지역)에 사는 박호원의 농사짓는 종(農奴)의 집에 들어가니 주인이 반갑게 맞이해주기는 하나 잠자리가 좋지 못하여 간신히 밤을 지냈다. 비가 밤새도록 내렸다. 하동현감이 기름종이 1축, 장지 2축, 백미 1섬, 참깨 5말, 들깨 3말, 꿀 5되, 소금 5말, 미지 5개를 보냈다.

6월2일[7월15일]

비가 오다 개이다 했다. 일찍 떠나 단계(산청 신등면 단계리) 시냇가에서 아침밥을 먹고 늦게 삼가현(합천군 삼가면)에 도착하니, 삼가현감(박몽득)은 이미 산성으로 가고 없어서 빈 관사에서 잤다. 고을 사람이 밥을 지어와서 먹으라고 했으나 민폐가 될 것 같아 종들에게도 먹지 말라고 타일렀다. 삼가현 5리 밖에 있는 홰나무 정자 아래에 앉아 있는데 근처에 사는 노순, 노일 형제가 보러 왔다.

6월3일[7월16일] 비 옴.

아침에 출발하려고 하니 비가 너무 와서 쭈구리고 앉아 고민하고 있는데 원수의 군관 유홍이 흥양에서 왔길래 그에게 물어보니 “길에 물이 불어 다니지 못할 정도”라고 하여 그대로 유숙했다. 아침에 들으니 종들이 고을 사람의 밥을 얻어먹었다고 하기에 종에게 매를 때리고 밥한 만큼의 쌀을 도로 갚아 주었다.

※ ㈔부산여해재단·국 제 신 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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