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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02> 박기종 관복(官服)- 흉배(胸背) 문양의 의미

관복 가슴에 아름답게 수놓은 학 문양… 관직 품계 알 수 있어

  • 이지현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5-20 19:26:3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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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물관에는 박기종 선생의 단령(團領·깃을 둥글게 만든 도포 형태 관복) 2점이 있다. 의복 형태와 역할을 고려해 볼 때 1900년 이전의 관직을 수행할 때 착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관복의 주인인 박기종(朴琪淙, 1839~1907)은 1876년과 1880년 1·2차 수신사 파견 당시 통역관으로 일본에 다녀온 뒤 본격적인 관직 생활을 시작하여 부산항 경찰관, 다대포진 수군첨절제사 겸 동래감목관, 부산항 경무관, 외부참서관, 중추원 의관, 판리공사 등을 지냈다. 또 개성학교 설립, 부하철도회사 창설 등 교육 근대화와 철도건설사업에 힘썼던 인물이다.
조선시대 통역관으로 수신사 일행으로 일본에 파견되었던 박기종 선생의 관복. 부산박물관 제공
관복 2점은 짙은 청색·청록색을 띤 운보문사(雲寶紋紗·구름과 다양한 보배 무늬 비단)로 제작됐다. 착용 시 넓은 동정이 V형태로 교차해 중단(中單·예복 속에 입는 홑옷)을 받쳐 입은 효과가 있고, 앞뒤로 사각 흉배(胸背·관복의 가슴과 등에 덧붙인 품계 표식 장식)가 부착돼 있다. 얼핏 보면 두 관복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흉배 문양만큼은 확연히 다르다. 청색 관복에는 두 마리 학, 청록색 관복에는 한 마리 학을 수놓은 흉배를 붙였다. 흉배 무늬에 따라 각각 ‘쌍학(雙鶴) 흉배 관복’, ‘단학(單鶴) 흉배 관복’으로 구분 지어 부르기도 한다.

아름답게 수놓은 이 흉배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흉배는 관직의 성격·품계에 따라 문양을 달리하여 관원의 신분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 단종 2년(1454)부터 제도화됐는데, 조선 전기에는 공작, 운안(雲雁·구름과 기러기), 백한(白鷳·꿩과의 새), 호표(虎豹·호랑이와 표범), 웅표(熊豹·곰과 표범), 돼지, 사슴, 따오기 등 주 문양으로 쓰인 동물이 다양했으나, 점차 간소화되어 고종 8년(1871)에는 문관 당상관은 쌍학(雙鶴), 당하관은 단학(單鶴), 무관 당상관은 쌍호(雙虎), 당하관은 단호(單虎)로 개정되었다.

쌍학과 단학 흉배가 모두 확인되는 박기종의 관복은 고종 대인 19세기 후반 문관 당상관(堂上官·조정회의에서 당상, 즉 임금이 있는 대청마루의 교의(交椅)에 앉을 수 있는 최고위 관료)과 당하관(堂下官) 관복이다. 다양한 관직을 수행한 박기종이 품계가 올라감에 따라 두 종류 관복을 모두 가지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기종 관복의 단학 흉배는 구름 사이를 나는 학 한 마리를 수놓은 단순한 구도인데, 쌍학 흉배는 구름 사이로 두 마리 학이 아래위로 마주 보며 영지를 물고 날고 있고, 아래쪽에 괴석(怪石), 삼산(三山), 파도, 물결, 산호, 영지, 나뭇잎, 만자(卍字) 등 길상적 의미의 다양한 보조문양을 배치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작은 천 조각에 조선 시대 관원의 신분 질서와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오롯이 담긴 셈이다. 조선 시대 관복을 마주할 때 어쩐지 흉배의 무늬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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