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은행 송금은 물론 자기 은행 이체 때에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은행들이 지나치게 수수료 수입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의 수수료 인하를 권고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은행 수수료 문제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압력으로 비쳐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지난 3일 '은행 소액송금 수수료 인하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각 은행에 보냈다. 공문의 발신자는 은행연합회였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 2일 보내온 자료를 은행연합회는 '전달'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문에는 ▷은행 송금 수수료 인하 노력 ▷수수료에 대한 은행권 영업방침 ▷은행 창구 수수료 수입과 주요 비용항목 분석 ▷민원해소 차원에서 협조 요청 등 항목별로 세부 내용이 기재돼 있다. 공문은 수수료에 대한 단계적 인하 방안까지 제시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은행 수수료 인하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송금수수료와 관련한 민원 때문이다. 송금 수수료는 100만 원 이상 3000원, 그 이하일 때는 2000원을 받거나 일률적으로 3000원을 받는 은행도 있다. 만약 1000원을 송금한다면 수수료는 송금액의 3배인 3000원을 내야 한다.
은행들은 자기 은행 이체의 경우도 1000~1500원씩 적지 않은 금액을 수수료로 받고 있다. 심지어 자기 통장의 돈을 현금지급기로 인출할 때도 영업시간 이후부터는 일과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수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다양한 명목으로 온갖 수수료를 걷어 고객들로부터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직접 이 문제에 개입한 것에 대해선 논란도 없지 않다. 물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협조요청서에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논의해달라"고 적혀 있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가 협조 요청을 하면 은행으로선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자칫 시장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우리은행이 지난 3일부터 창구 송금수수료를 최대 2000원 인하하는 내용의 수수료 감면방안을 이미 발표한 바 있어, 조만간 각 은행들이 잇달아 수수료를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