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연합뉴스 |
강만수(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은행권을 선물환 수수료를 노리는 '사기꾼'으로 지목하자 시중은행들이 발끈하고 있다. 청와대의 은행 수수료 인하 요구에 이어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물갈이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터져 나온 발언이어서 금융권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 장관은 16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기 CEO 과정 조찬세미나에서 "외환시장에 잘못된 세력이 있는데 정부가 방치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 투기세력이 있으면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 장관은 금융기관 등을 겨냥해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것은 지식을 악용해 선량한 시장 참가자를 오도하고 그걸 통해서 돈을 버는 'S기꾼(사기꾼)'"이라며 "잘 모르는 중소기업한테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환율 헤징을 권유해 수수료를 받아먹는다"고 비난했다.
강 장관의 이 발언은 외환거래 수수료와 외환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출업체 등에 과도한 선물환 매도를 유도해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한 일부 은행의 행태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선물환거래란 미래 일정시점에 받을 특정외환의 가격을 현재 시점에 미리 약정하는 거래로 거래시점과 결제시점 간의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이다.
이 거래 과정에서 은행들은 업체로부터 선물환 계약 관련 수수료를 받는다. 선물환 수수료는 계약 만기, 계약금, 업체의 신용도 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계약금의 0~ 0.5% 범위에서 다양하다.
문제는 지난해 한국은행이 선물환시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일부 은행이 과도한 선물환 매도를 유도해 선물환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몇몇 은행들은 지난해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업체에 선물환 조기매도를 유인했고, 기업들은 단계적으로 받아야 할 외화를 달러당 900원에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환율이 950원까지 상승했고 결국 기업들은 50원의 환차익을 놓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수출업체로부터 선물환을 대거 매입한 뒤 시장에 다시 매도해 결과적으로 시장에 선물환 매도 주문이 넘쳐나면서 환율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그러나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환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수수료 문제만 부각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들은 금융공기업 수장 물갈이 작업과 청와대의 은행 수수료 인하 요구 등과 이 문제를 연계시키며 "외환당국이 시장에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초반부터 은행권의 고삐를 죄려고 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