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한 갑자(甲子)가 돌았음을 의미하는 60주년은 과거를 되돌아봄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은 한국과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국제신문은 부산 지역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한국 및 부산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이 한국 사회와 지역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부는 한국의 미래를 좀 더 낫게 만들어 가는데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인식도 조사는 지난 4~7일에 걸쳐 실시됐으며 국제신문 학생기자들이 조사원이 되어 부산 남녀 고등학교 4곳에서 질문지를 돌리고 현장에서 곧바로 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현장에서 곧바로 수거하는 원칙을 지킨 이유는 일부 역사적 사실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이 다른 자료를 참고할 수 없도록 해서 순수하게 '인식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그 정체성에 대한 이해
인식도 조사에 응한 부산의 남녀 고등학생 100명 가운데 37명(37%)은 대한민국이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병합된 경술국치의 연도를 틀리게 답했다. 올해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이라는 사실이 대중매체에 의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인지 '해방 뒤 대한민국 정부가 정식으로 수립된 해는 몇년도입니까'라는 질문에는 75%가 '1948년'이라고 정확하게 답했다. 그러나 9%는 한국이 광복된 해(1945년)를 묻는 물음에 틀린 답을 내놓았다. 이 문항들은 객관식이었다.
이 결과를 놓고 보면 40%에 가까운 고교생 응답자들이 경술국치 연도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결론에 닿게 돼 청소년들의 역사적 이해도가 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인지도를 물었을 때도 '잊혀져 가는 대통령'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총 10명)의 이름을 아는 대로 적어 달라는 문항에서 최규하 대통령을 기억한 청소년은 6명(6%)에 그쳤다. 윤보선 대통령은 32%가 기억했다. 1990년대에 태어난 이들 청소년이 직접 겪은 대통령들인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90%의 응답률을 기록해 높은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 밖에 김영삼 87%, 전두환 86%, 이승만 81% 순이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조국 한국에 대해서는 높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느냐'는 물음에 87%가 '사랑한다'고 답했다.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를 묻는 주관식 문항에는 '내가 태어난 조국이니까'류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반면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청소년들은 '입시 위주 교육' '높은 교육열에 비해 낮은 취업률과 학벌 중심 가치관' '정치 혼란과 독도 문제' '강대국에 치여서' 등의 이유를 밝혔다.
역사적 사실부터 '이소연의 우주비행 성공' 등을 포함하는 최근의 일까지 포함해 10가지 보기를 주고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언제였는가'라고 묻는 문항에서는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이순신 장군의 승전-조국 광복'이 순서대로 상위 3위를 차지했다. '청소년들은 최근의 일을 주로 기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반영하는 이 결과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말해주기도 한다.
'존경하는 인물'을 주관식으로 묻는 문항에는 세종대왕(21%)-이순신(16%)-김구(13%)-유관순(9%) 순의 답변이 나왔다. 손민한(1명)과 박지성(1명) 등 스포츠스타를 꼽은 청소년도 있었다. 박정희(4명) 신사임당(4명) 반기문(4명) 안중근(4명) 등도 지지를 받았고 광개토대왕(2명) 정조(3명) 한비야(1명) 전태일(1명) 등의 이름도 올랐다(8명은 2명 이상의 이름을 썼음).
'우리 고장' 부산에 대한 이해도
청소년은 한국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부산의 미래이기도 하다. 청소년에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장인 부산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물었다. 먼저 '부산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89%가 '사랑한다'고 답했다. '살기 좋은 곳' '내 고향' '바다가 있어서' 등의 '자연적인'이유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들 89% 중'1부터 10까지 척도 위에 표시한다면, 어느 만큼 사랑하느냐'는 물음에 6점 이상을 표시한 청소년은 76%(68명)이었다. '사랑한다'고 답했으면서도 5점 이하를 표시한 청소년들은 부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들이 점수를 낮게 주면서 밝힌 이유는 '경제도 별로, 교육도 별로' '직업을 구하기 힘들어서' 등 현실적이었다. '사랑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이유가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부정적 인식이 높은 이들의 이유는 구체적이라는 사실은 되새겨볼 만하다. 11%는 적극적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일자리가 없다' '문화공간 부족' '뒤떨어진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를 알아보기 위해 '부산을 대표하는 현직 부산시장의 이름을 적어달라'는 문항을 포함시켰다. 이 질문에 대해 30%가 '모른다'고 답했다. 나머지 70%는 정확하게 '허남식'이라고 썼다.
'부산의 상징물을 생각나는 대로 모두 써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압도적인 수치인 69%가 갈매기를 꼽았다. 갈매기에 대한 부산 청소년들이 인지도가 이렇게 높다는 사실을 활용해 교육과 문화산업에 활용할 방안도 있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를 부산의 상징이라고 답한 청소년도 7명이나 돼 부산이 야구도시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갈매기의 뒤를 이은 부산의 상징은 해운대(22명)-동백꽃(21명)-자갈치시장(12명)-누리마루(7명)-광안대교(5명·광안리라는 답변 포함) -바다(5명)순이었다. 광안대교 누리마루 등 새로운 랜드마크들이 부산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전통적 부산 상징인 용두산공원(4명) 태종대(4명) 영도다리(1명) 등은 뒤로 밀려 세대 교체를 실감케 했다. 요산 김정한을 꼽은 학생도 1명 있었다. 전반적으로 바다와 연관된 상징물이 압도적으로 많아 부산은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입증해줬다. 바다를 단지 물류와 무역의 도구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부산 자체를 상징하는 소통의 장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제기된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
청소년들이 공동체 활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미국산 쇠고기 협상 관련 촛불집회에 대한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4%(잘 안다 20%, 조금 안다 64%)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 가운데 69%는 '촛불시위에 찬성한다'(조금 찬성 54%, 적극 찬성 15%)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조금 반대하는 편이다'고 답한 청소년은 23%, '적극 반대한다'는 답변은 5%였다. 3명은 무응답.
이렇게 볼 때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일정한 수준의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이 사회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건강한 관심을 어떻게 수렴할 수 있을지 학교와 사회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으로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61%가 '입시 위주의 교육 문제'를 꼽았다. 25%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을 선택했다. 청소년들의 관심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에 깊이 닿아있음을 짐작케 하는 결과다. 청소년들이 벌써부터 '먹고 살 걱정'에 주목한다는 사실은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가 각박하고 심한 경쟁구도에 놓여 있는 현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으로 남는다. '우리 사회의 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한 기타 답변으로는 '모순된 사회 구조의 개혁 및 복지 문제' '썩어가는 정치 바로 잡기' '환경 문제' '역사 바로 잡기' '자신의 숨겨진 끼 찾아내기' 등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