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규 총장 사의 빛 바래…수뇌부 사퇴도 여론 등돌려
- "수사 지휘 확고해 과잉대응"
- 국민 인권보호에 초점 맞춰야
- 법조계 "수사권 조정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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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규 검찰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검찰총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대한민국 검찰이 자충수로 혼란에 빠졌다. 수사권과 관련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데 몰두한 나머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거듭 사의를 밝힌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부적절하다며 반려 의사를 밝혀 김 총장의 '희생'도 빛이 바랬다. 참모인 대검 부장(검사장)들이 줄사표를 던지면서 촉발된 검찰의 반발은 김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검찰은 뒤늦게 검찰의 상황인식과 국민여론과의 간극을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檢, '자해용 칼' 휘둘러
김 총장은 오는 4일 물러나는 쪽으로 의중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총장이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며 만류하고 있는데다 이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으로 국내 부재 중이라는 상황이 거취 표명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물러나지 않는다면 '쇼'를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러나더라도 임기(8월 19일)를 불과 1개월 보름가량 남긴 김 총장의 사퇴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선택이라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번 사안이 대검 수뇌부 모두가 직을 던질 정도로 심각한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은 이미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대검 간부 5명이 사퇴를 고집하기도, 이를 철회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검찰이 점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한 번 양보하면 끝이 없다는 논리이지만 국내 수사 체계상 검찰의 수사 지휘는 확고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검사가 지휘한다는 조항이 곳곳에 배어 있다. 단순히 경찰에게 수사 개시권을 준다는 한 조항만 가지고 수사권이 양분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영 교수는 "검찰이 근시안적으로 대처한 것 같다. 현재 사건의 90% 이상을 경찰이 처리하는 현실을 고려해 경찰에게 수사 개시권을 주되,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전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검·경 국민 인권 위해 머리 맞대야
법조계에서는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수사권 조정 문제의 초점을 맞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회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현행 수사 관행의 제도적인 개선을 전제로 이뤄져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서울변호사회는 1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이 논의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아울러 일반경찰과 사법경찰의 인사권 이원화, 사법경찰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확보,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 등이 필요하며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을 변호사 자격이 있는 법률가 가운데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검사 출신의 부산 지역 한 변호사는 "검찰은 이번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국민의 인권 신장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검찰의 성급함과 전략 부재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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