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왼쪽)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형소법 개정안 수정에 반발
- 일선 "안타깝지만 후일 대비"
- 시민들 "정리하고 일상으로"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예상대로 사퇴의 수순을 밟았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결국 검찰총장이 직을 던지는 사태로까지 확대됐다.

■사퇴는 예견된 수순

김 총장의 사퇴는 국회 법사위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수정 통과된 데 반발해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이에 동조해 대검 검사장급 참모들 모두가 사의를 표명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세계검사대회와 세계검찰총장회의 진행에 신경을 쓰던 김 총장으로서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그가 이날 밝힌 사퇴의 변에서 이런 대목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법사위 수정 의결이 있었을 때 사퇴의사를 결심했으나 중요한 국제회의를 주재하는 위치에서 이런 입장을 표명할 수 없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간이 녹아내릴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퇴 시기를 대통령의 순방 이후로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대통령이 중대 국사를 위해 해외 출장 중인 상태에서 부득이 이런 발표를 하게 돼 송구스럽다. 그러나 더 이상 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사퇴로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대행을 맡아 차기 총장이 내정될 때까지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차기 총장 내정시기는 예정대로 이달 중순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 임명절차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오는 12일께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곧바로 차기 총장 인선에 들어가 중순께 내정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1988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고 도입된 총장 임기제는 김 총장이 사퇴함으로써 임기제 총장 16명 가운데 열 번째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총장으로 남게 됐다. 임기를 채운 총장은 김기춘 정구영 김도언 박순용 송광수 정상명 등 6명에 불과하다.

■"국민에게 다가가자"

김 총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일선 검찰청은 겉으로는 차분했지만 속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은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 향후 진행될 대통령령 제정 때 수사지휘권을 확고히 규정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자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총장 사퇴는 안타까운 일이다. 총장이 밝혔듯이 수사개시권을 인정받는 경찰은 먼저 자치경찰로 돌아가 시민의 통제를 받고, 사법경찰을 행정경찰에서 분리시켜 국민에 대한 보호장치를 만들도록 수사권 조정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은 "검찰은 이번 줄사퇴 파동으로 인해 국민의 버림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은 그에 합당한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