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3월까지 80명 선정…2013년 본예산 편성부터 참여
- 지역 민원해결 예산 요구 등 의견 나눠질 땐 마찰 가능성
- 전문가들 "심의범위 빨리 확정, 조정력 발휘 운용의 묘 살려야"
올해 도입되는 부산시의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을 앞두고 주민예산참여 심의위원회의 심의 범위를 어느 선까지 한정할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산 편성 및 심의 과정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주민 참여의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부산시의회와의 역할 중복 논란과 특정 지역 및 집단의 무리한 민원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민 참여 예산심의위 윤곽
26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2013년도 본예산부터 주민참여예산제가 실시된다. 시는 늦어도 오는 3월까지 80명가량의 심의위원을 공모 등을 통해 선정할 예정이다. 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거쳐야겠지만 대략 심의위원 중 절반을 인터넷 공모 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로 채우고, 나머지 절반을 시 공무원과 구·군 추천 위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시는 심의위를 시의회 상임위와 비슷한 성격의 6개 정도 분과위로 나눠 분야별로 집중 심의를 펼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다. 시는 예산 심의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함에 따라 심의위가 구성되면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예산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26일 오전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심의위 규모와 비율, 심의 범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시 관계자는 "시민단체는 시민 비율을 되도록 높여 줄 것을 요청했다"며 "시의 최종 입장을 정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내 심의위 구성을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2곳서 예산 심의… 집행부도 혼란
문제는 심의위원들의 심의 범위를 어느 선까지 두느냐는 것이다. 예산 편성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제도 자체의 취지는 좋지만 자칫 예산 심의가 주기능인 시민의 대의기구인 시의회와 역할이 중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시의회 내에서도 중복 심의 기능에 대한 우려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한 관계자는 "예산 편성과 심의가 고도의 전문적 기능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종합적 시각이 필요한데 특정 사안에 대해 과도한 주장을 펼칠 경우 의회와 충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집행부서인 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실상 예산 심의를 두 곳에서 받게 돼 양쪽의 의견이 다를 경우 어느 쪽 의견을 따라야 할지 곤란한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심의위가 잘못 운영되면 '시어머니'를 두 분 모시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은 "시의회의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한 단계 더 거치는 만큼 예산 편성과정에서 지역 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도입 해운대구 초기 큰 혼란
부산지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지난 2007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해운대구는 시행 초기 큰 혼란을 겪었다. 심의위원들이 가용예산범위를 뛰어넘는 해당 지역 민원들을 들고 나와 예산 편성과 심의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 결국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개설한 예산학교 과정을 거친 뒤에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예산 심의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가 예산 심의 범위를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건비 등 경상경비를 제외한 가용예산을 밝히고 이를 중심으로 우선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벗어나는 의견에 대해서는 시와 심의위가 조정력을 발휘해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해몽 센터장은 "해운대구에서도 초기 가용예산을 벗어난 무리한 예산 요구가 많았지만 예산학교를 수료하고 예산 심의 범위를 정한 뒤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며 "시도 빠른 시일 내 심의 범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실패할 수 있다"며 "올해는 주민참여예산제 시행 첫 해인 만큼 제도 도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 등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낼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