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예비후보자 면면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18대 총선을 마친 2008년 4월 11일 한나라당 당선자 등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울산·경남은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과 '낙동강벨트'를 앞세운 야권의 공세로 최고 격전지로 부상했다. 전국적으로는 원내 과반수 의석(전체 299석)을 어느 정당이 차지하느냐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가고 있다. 유권자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나 정치권의 핫이슈를 선별해 '4·11 총선읽기'에서 다룬다.

- 예비후보 면면 들여다보면 정당인 법조인 관료 대다수…'부자·엘리트당' 오명 못벗어
- 여성·젊은층후보 '가뭄에 콩', 인물교체 폭보다 내용 중요…국민 공감 후보 영입이 관건

지난 20년간 부산·울산·경남에서 1당 독점체제를 지킨 한나라당이 4·11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에 나섰다. 현역의원 '50% 이상 교체'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 하지만 형식적인 '50% 물갈이'는 큰 의미가 없다. 이미 17·18대 총선에서도 이에 버금가는 물갈이를 했지만 질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핵심은 물갈이의 '폭'이 아니라 '내용'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공감' 후보 영입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본지가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성별·직업별·연령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체질적 변화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7대·18대 '무늬만 물갈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거센 물갈이 바람에 휩싸였다. 부산지역 18명 의원 중 8명이 교체됐고, 이 중 7명이 당선됐다. 공천교체비율은 44.4%에 달했다.

'친박 학살'로 불리는 18대 총선 공천에서도 44.4%의 교체율을 보였다. 무소속 당선자들이 모두 한나라당에 복당해 최종 교체율은 50%였다.

경남에서는 17대 41%, 18대 35%가 바뀌었다. 울산은 부산과 경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권 세력이 강해 17대와 18대 각각 1명이 새롭게 국회에 진입했다.

물갈이 비율만 보면 한나라당은 선거 때마다 변화의 바람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남권 50% 물갈이'는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부자 정당' '엘리트 정당' '1% 정당'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물갈이 폭은 컸지만 '국민 공감' 후보를 발굴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입한 부울경 인사들의 출신을 보면 정당인·법조인·관료 등이 절대 다수다. 17대 총선 때 당선된 부산지역 초선 의원 7명 중 법조인이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당인과 교수도 각각 2명이었다. 경남의 초선 의원 7명은 법조인(3명), 관료, 의사, 기업인, 언론인(각 1명)이다. 울산은 법조인 출신 1명이 국회에 진입했다.

18대 총선에서도 부산지역 9명의 초선 의원 중 전직 구청장 등 정당인이 5명으로 다수였고 법조인·기업인·교수·언론인이 각 1명씩이었다. 경남(6명)은 법조인, 관료(각 2명), 언론인, 정당인(각 1명) 출신이 차지했다. 울산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동구에서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그의 사무국장이 동구를 꿰찼다.

역대 공천 과정을 보면 철저하게 '국민이 원하는' 후보가 아니라 '당이 편한' 후보 위주의 공천이 이뤄졌다. 한나라당의 '권위주의' '그들만의 리그'는 사실상 필연적 결과였다.

■19대 총선도 '그 나물에 그 밥'

기성 정치권을 뒤엎은 '안철수 현상'으로 19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나라당 후보들도 저마다 소통·변화·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부울경 주류 정치세력인 한나라당의 변화는 갈 길이 멀다.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 여성, 장애인 등 성적·사회적 소수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과 함께 정치 전면에 나선 '젊은층'도 극소수이다.

직업별로 보면 부산지역 한나라당 예비후보 54명 중 전직 국회의원, 시의원, 보좌관 등 정당인(31명)이 57.4%로 가장 많다. 법조인(5명·9.2%)이 뒤를 이었고 관료와 의사가 각 4명(7.4%), 교수·기업인(각 3명·5.5%) 순이었다. 관료들은 모두 1급 이상 고위직 출신이다. 경남과 울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당인과 법조인, 교수 등 '1%' 출신과 '당만 쫓은' 후보들이 절대 다수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2030세대'의 분노를 절감했지만, 이 세대의 후보들도 부울경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한나라당과 이들 세대의 괴리가 얼마나 큰 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2030' 후보는 4명에 불과하다. 경남과 울산에는 아예 없다. 40대 후보는 부산 40.7%, 울산 44.4%, 경남 38.18% 분포하고 있지만, 절대다수는 50대 이상이다. 후보들의 성편중 현상도 심각하다. 여성 후보자는 부울경 전체 후보자 118명 중 부산 5명, 울산 1명 등 6명에 불과하다.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않은 인사도 여럿이지만 이들도 국민 공감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3선, 재선 의원을 한 인사들이 '한번 더'를 노리고 당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다. 전·현 정부에 걸쳐 최고위급 자리까지 올라간 관료출신들도 '금배지'를 꿈꾸며 출마지역을 저울질 중이다.

■'국민'영입이 성패 좌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국민만 바라보겠다"고 한 것도 기존의 양적 물갈이로는 한나라당의 근본적 변화를 견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감동인물 찾기 프로젝트'도 '일반 시민'의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장에서 소리 없이 자신의 역할을 다한 인사를 찾겠다는 것이다.

비대위 조동원 인재영입분과위원장은 "그동안 한나라당은 감동보다는 입법 능력에 방점을 둬 능력 있는 분만 모시다 보니 1% 기득권 정당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며 "국민이 감동할 사람, 국민이 '나를 국회로 보낸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십년간 '1% 공천'으로 대변되는 한나라당의 물갈이가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그동안 한나라당으로부터 외면당한 '99%'가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돌릴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4·11총선 한나라당 부울경 예비후보자 현황 (부산 54명, 울산 9명, 경남 55명)     부산 울산 경남 연령별 30초과~40이하 4명(7.4%) - - 40초과~50이하 22명(40.8%) 4명(44.4%) 21명(38.2%) 50초과~60이하 20명(37.0%) 5명(55.6%) 21명(38.2%) 60초과 8명(14.8) - 13명(23.6%) 성별 남       49명 8명 55명 여      5명 1명 - 직업별 정당인  31명(57.4%) 7명(77.8%) 30명(54.5%) 법조인  5명(9.2%) 1명(11.1%) 7명(12.7%) 관료      4명(7.4%) - - 의사     4명(7.4%) - 4명(7.3%) 교수      3명(5.5%) - 6명(10.9%) 기업인  3명(5.5%) 1명(11.1%) 5명(9%) 기타     4명(7.4%) - 3명(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