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부산 정치권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4년 전 해양수산부 폐지에 적극 동조하고도 4·11총선에서 표를 의식, 다시 각 부처에 분산된 해양·수산 관련 업무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며 해수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어 부산 유권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당시 해수부와 함께 폐지 대상으로 거론됐던 통일부와 여성가족부는 각계의 폐지 반대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존치됐던 만큼 해수부 폐지는 부산 의원들의 방관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공중분해…부산 與 뒷짐

1일 본지가 확보한 국회 속기록(2008년 1~2월)에 따르면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을 통해 정부조직법을 고쳐 해수부·통일부·여성가족부 등을 없애려 했다.

하지만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 등이 통일부 존치를 주장했고, 여성가족부는 여성계와 여성 국회의원들이 나서면서 제동을 걸었다. 통일전문가인 정 박사 등은 같은 해 1월 29일 국회 공청회에서 "통일부를 폐지하는 것은 헌법 제4조에 위배된다"면서 극구 반대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같은 해 2월 22일 본회의에서 여성부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내면서 저항했다.

하지만 해수부 폐지에 대해 부산 의원 누구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를 관할하던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는 부산 영도구 출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정부조직법을 다뤘던 행정자치위원회에는 부산 서구 출신 유기준 의원이 소속돼 있었지만 방관했다. 특히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 의장은 '해수부 폐지 불가피론'을 내세웠고, 유 의원도 소극적이었다. 부산 의원들이 당시 18대 총선을 앞두고 당 공천 때문에, 이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으로 보이지만, 해수부 폐지에 찬성하고도 유기준 김무성 의원 등은 결국 낙천됐다.

4년이 흐른 현재 당시 해수부 폐지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찬성(부산 여당의원 17명 중 14명, 3명은 불참)했던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요직을 맡고 있고, 해수부 부활을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행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 전 의장과 안경률 의원은 고문, 유기준 서병수 김정훈 의원은 공동 총괄지원본부장이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김무성 의원도 부산 남구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용교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의원들이 '해수부 폐지 반대'

당시 속기록을 보면 해수부 폐지 반대에 오히려 서울 의원들이 적극적이었다. 당시 정국은 2012년 여수엑스포 개최와 충남 태안반도에서 일어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건 등으로 해양정책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 출신의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2008년 1월 25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성장 동력을 해양에서 얻을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해수부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월 20일엔 구로 출신의 이인영 의원이 "해양과 수산 기능이 분리되는 것은 난센스이고 토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행자위 장인식 수석전문위원도 "(부산항은) 세계 5위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항만으로 도약하는 등 괄목성장을 거두고 있어 항만·해운 기능이 타 부처로 이관되면 육상 중심의 정책 때문에 위축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