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부산 부산진갑·을 개표소가 차려진 개성고등학교 체육관에서 11일 개표가 이뤄지고 있다. 국제신문DB

- 3대 실책 : 공천·서울중심 전략·김용민 사건 대처

# 문재인 운명은

- 숨고르기 뒤 안철수 단일화

# 새누리 압승 왜

- 정권심판론 진부… 보수 결집

# 향후 행보

- SNS·젊은층 공략 안 먹혀
- 지역밀착형으로 민심 파야

새누리당의 완승과 야권의 패배로 끝난 19대 총선의 부산 경남 울산 민심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주통합당의 공천 실패와 서울 중심의 선거전략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은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 사건에 대한 당의 미온적 대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았다. 한마디로 민주통합당이 선거를 잘못 치렀다는 뜻이다.

부산 야권은 특히 서울과는 다르게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이 아니라 기성세대를 공략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또 부산 사상에서 승리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당선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대선 후보 단일화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모델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제신문은 12일 ▷동아대 하태영(법학전문대학원) 정희준(생활체육학과) ▷경성대 안철현(정치학과) ▷동의대 전용주(정치외교학과) 교수로부터 이번 총선의 결과와 향후 전망에 대한 긴급 진단을 들어봤다.

■문재인의 운명은

	정희준 교수(왼쪽), 하태영 교수

4인의 전문가는 한결 같이 문재인 당선자는 한동안 숨 고르기를 한 뒤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 교수와 후보 단일화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철현 교수는 "안철수 교수의 비중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문재인의 대권 가도는 제약을 받게 됐다"면서도 "안철수 교수의 대권 도전 여부는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안 나간다고 하면 더 이상해진다. 문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타격을 받았지만 야권에서 더 이상의 카드가 없는 만큼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정희준 교수는 "문 당선자는 민홍철(경남 김해갑) 당선자 한 사람밖에 못 건졌다. 조경태(부산 사하을) 당선자의 승리는 문 당선자의 성과에서 빠져야 한다. 대권 구도는 안철수 교수에게로 무게추가 옮겨갈 것이다. 문 당선자는 이번에 기회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전용주 교수는 "서울시장 보선 때처럼 장외의 안철수 교수와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승리한 문 당선자가 대선 레이스에서 야권의 2차 경선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울경 새누리당 압승 왜?

	안철현 교수(왼쪽), 전용주 교수

정 교수는 "야당이 내놓은 정권심판론은 부산·경남에서 등장한 쟁점이 아니다. 중앙당의 전략을 부산 야권이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지역 분위기는 그것이 아니었다. 지역구 공천도 중앙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면서 실질적인 부산의 정치 지형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태영 교수도 "민주통합당 공천 실패가 큰 원인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 교수는 구조적인 문제를 꼽았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 시민들의 40%가량이 야당을 지지했지만 2명이 당선되는데 그쳤다. 선거제도가 민심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이들 유권자의 민심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야권 바람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다. 김용민 막말 사건도 영향을 줬다. 선거 초반 부산저축은행 사태나 신공항 무산 등 새누리당 정권의 무능함에 실망한 지역민들이 많았다. 부산을 뺏길 수 있다고 느낀 보수층이 위기의식을 느껴 뭉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전략도 새누리 '대승'

전 교수는 "서울시장 보선에서 야권이 복지문제를 들고 나와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 이번 총선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복지를 치고 나오니까 여야 싸움이 안됐다. 민주통합당의 정권심판론은 진부했다. 부산 사람들은 보수적인데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 이슈 싸움에서 선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새누리당의 야당 심판론은 심하게 말해 속임수이지만 대성공했다. 구도를 단순하게 짰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결국 야당이 심판 당했다. 부산에서 최소 5석은 됐어야 했다.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표절 의혹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선거도 명망가 중심으로 치렀다. 그렇게 해서 부산 민심을 파고 들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문대성·유재중·하태경 신승 의미

정 교수는 "서울 교수들이 '(의혹이 많은 후보들을 자꾸 뽑을 것 같으면) 부산에서는 도대체 선거를 왜 하느냐'고 비판한다. 부산은 (여야의 양쪽 날개가 아니라 여당의) 한쪽 날개로만 날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역구를 등한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위원장을 위해 일하지 않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부산시민들은) 논문표절이나 성추문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야권의 공격 때문에 오히려 보수층이 결집한 것"이라면서 "부산 중동구에서 정의화 당선자의 지지도가 낮은 것은 지난해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논란을 일으킨 후보들이 신승한 것은 부산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표시"라고 봤다. 전 교수는 "이들의 당선은 지역주의 때문이다. 시민들이 후보를 보지 않고 정당을 봤다. 유권자들이 하태경 당선자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지역주의 깨졌나

안 교수는 민홍철 당선자의 승리는 낙동강 바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하 교수는 "부산 시민들이 야당에 눈짓을 보낸 증거다. 야당이 향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산·경남 정치판이 요동을 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야권 정치인들이 지역밀착형 정치를 하면서 부산 민심을 여의도에 전달해 주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나타난 젊은 층의 정치참여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열기가 아직 부산에 전달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멘토단인 공지영 작가와 조국 서울대 교수가 부산에 와도 젊은 층은 별로 반응하지 않았다. (차라리) 부산 야권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젊은 층 공략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표심을 파고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산 선거는 초점을 잘못 잡았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