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지겠다는 방침이지만 비례대표 부정경선에 대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입장이 엇갈려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이에 연루된 당선자들의 사퇴를 놓고 첨예한 계파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비례대표 1~3위로 당선된 윤금순(인천연합) 이석기(경기동부연합) 김재연(한국외대 총학생회장 출신·청년 비례대표)의 사퇴가 우선 거론된다. 지역구 국회의원 부정선거와 같은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 당선된 만큼 사퇴가 정상적인 사후 대책이라는 논리다.

윤 당선자는 국민참여당 출신인 오옥만 제주도당위원장을 현장투표에서 뒤집고 1순위가 됐고, 이 당선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여기에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2일 "청년비례대표 선출 때도 동일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밝힌 만큼 3순위인 김 당선자의 사퇴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권파들은 이들의 일괄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고 비당권파와 빅딜할 가능성도 높다. 민중민주계열의 옛 진보신당 측 인사들은 "경기동부연합이 김재연 사퇴는 수용할 수 있지만, 이석기 사퇴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인천연합도 윤금순 사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조 위원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 문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인사들의 당기위원회 회부가 그것이다. 그러나 당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징계를 맡겨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비당권파(국민참여당 쪽 인사·심상정 노회찬 등 민중민주계열)로부터 제기된다. 또 경기동부 측이 이정희 공동대표의 사퇴는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와의 동반 사퇴 여부까지 수용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고,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부정으로 앞 순번을 받은 비례대표 당선인들도 모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