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친구' '노무현의 비서실장'. 16일 선출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1년 전만 해도 "정치할 생각이 없다"던 그를 정치로 이끈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또 4·11총선 당선과 제1 야당의 대선 후보의 원동력도 '노무현'이다. 노 전 대통령은 그의 최대 자산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다.

■盧와의 만남… 인권변호사 길로

문 후보는 함경도 흥남이 고향이던 부모가 6·25전쟁 당시 피란, 1953년 1월 경남 거제에서 2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부산 영도에 정착한 문 후보는 경남중·고를 거쳐 1972년 경희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유신 반대 투쟁으로 강제 징집됐고, 특전사 수중폭파요원으로 복무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시위 전력 때문에 좌절됐다.

변호사 길을 작정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이 노무현 변호사였다. 첫 만남에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동업을 결정했다. 그는 저서 '운명'에서 "각종 인권·시국·노동 사건을 기꺼이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고 술회했다.

6월항쟁이 있던 1987년 5월 부산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이 결성됐을 때 노무현 변호사가 상임집행위원장, 문 후보가 상임집행위원을 맡을 정도로 부산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 경선 때 문 후보는 노 후보의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노 후보는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깊은 정을 표현했다. 문 후보는 "노 후보가 당선되던 날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었다. 영원히 계속됐으면 싶은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참여정부의 처음과 끝

문 후보는 청와대 생활의 시작과 끝을 노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두 번의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냈다. 청와대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민정수석을 맡은 지 채 1년이 못된 2004년 2월 사퇴했다. 그해 4월 총선에 출마하라는 열린우리당의 요구를 사퇴라는 방법으로 거부했다. 민정수석 사퇴 후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지만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다.

탄핵 심판이 기각된 뒤 그는 시민사회수석으로 청와대에 복귀했다가 2005년 1월 다시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3월 비서실장을 맡았다. 

■盧 서거…'정치인 문재인' 변신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의 김해 봉하마을 행과 함께 문 후보도 경남 양산에 거처를 마련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자 변호인 겸 대변인으로 노 전 대통령을 방어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장례 전반을 관장했고, 이후 노무현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다.

2009년 10월 경남 양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2010년 6·2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현실 정치 참여를 한사코 거부했다. 하지만 야권 지지층에서 문 후보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해 말 혁신과 통합을 통해 민주통합당 창당에 일조하면서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난 4·11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되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