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자신의 사무실 문 앞에 손편지를 남겨놓고 떠났다. 김 본부장은 편지에 그동안 함께 고생한 당 식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연합뉴스

- 안대희는 선거 전날 당사 떠나
- 이학재·최경환 등도 "백의종군"

박근혜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해 뛰었던 새누리당 핵심 선거대책위 인사들의 백의종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친박근혜계 주역들의 '2선 퇴진'도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캠프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던 김무성 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21일 오후 당사 사무실에 한 장의 편지를 써 붙여 놓고 지방행에 올랐다.

A4용지 한 장에 직접 손으로 쓴 편지에는 "이제 제 역할이 끝났으므로 당분간 연락을 끊고 서울을 떠나 좀 쉬어야겠습니다. 도와주신 여러분께 저의 마음속의 큰절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써 있었다.

김 전 본부장 측 인사는 "당분간 부산 자택이 아닌 지방 모처에 머무르면서 휴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0일 캠프 해단식에서도 "우리 모두 당선인께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었다.

앞서 안대희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선거 하루 전인 18일 자신의 짐을 다 꾸려 당사를 떠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 임무가 끝났으니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내가 이렇게 했다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하라고 부담을 주기 싫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도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는 2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이 순간부터 일절 임명직 직책을 맡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또 "그동안 맡아왔던 '비서실장 이학재' 역할에서 물러나 원래 제가 있었던 국회의원의 직분으로 돌아간다"며 "나라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인재들을 세상에서 널리 모아야 하고 그들이 기꺼이 뜻을 합칠 수 있도록 저는 뒤에서 돕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 역시 현재 가족과 함께 지방에 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이 박 당선인의 인수위 인선에 관여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사실이 아니라며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의원은 "인수위 구성과 준비는 저와 전혀 무관하고, 잘 모르는 일"이라면서 "더는 이런 것들이 기사화돼 당선인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바 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정치권에서 직책이나 자리 같은 것은 전혀 맡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대선 직후 본업인 사업체 경영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핵심 인사들의 움직임은 박 후보가 '국민 대통합'과 '대탕평인사'를 강조한 만큼 향후 인수위 구성 등 인선 과정에서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