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박근혜 정부 초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짝 후퇴하는 등 수위조절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 출범 8일이 넘도록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청와대에 대한 비난과는 별도로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을 의식, 대여 공세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일 법사위에서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첨부하긴 했지만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민주당은 전관예우 논란 등을 내세워 황 후보자를 일찌감치 '낙마 대상' 우선순위에 올렸다. 이 때문에 법사위 보고서 채택이 무산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날 채택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특히 무기중개업체 고문 경력 등 각종 의혹을 근거로 "청문회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 '청문회 불가론'을 고수, 자진사퇴를 촉구해왔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통해 불가론을 확산시키겠다"며 청문회 개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당초 공언과 달리 일련의 청문회가 '결정적 한방' 없이 맥빠지게 진행되면서 새 정부 출범 초기 제1야당의 존재감이 약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간 강경대치 상황을 고려한 수위조절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이날 야당에 책임을 돌리며 전격적으로 사퇴한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여기에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4·24 재·보선 출마선언으로 야권의 '빅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실종'이 계속 부각될 경우 민주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