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4·24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가 19일 이번 재보선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의 첫 걸음이 될 지 주목된다.

이번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실천한다는 취지이지만 당 지도부와 의원총회 의결을 받아야 하고, 나아가 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현실화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 공천심사위원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이날 공심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대선 때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공천은 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4월24일 재보선을 치르는 경기 가평군수·경남 함양군수 등 2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와 서울 서대문마·경기 고양시마·경남 양산시다 등 3곳의 기초의원 선거에서 당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방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는 지방이 중앙 정치에 예속되는 폐해를 줄이고 실질적인 지방자치 정착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정치쇄신안의 하나로 거론돼 왔다.

박 대통령도 작년 11월 기초단체장·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 등을 담은 정치쇄신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 정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특정 정당이 홀로 무(無)공천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선거 패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공천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성향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줄줄이 복수 출마한다면 수도권 같은 접전 지역에서는 필패"라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도 지난해 9월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에는 상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심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다. 최근 당 최고위원회도 4ㆍ24재보선 기초단체장ㆍ기초의원 무공천 문제를 논의했으나 반대론이 우세했다는 후문이다.

한 최고위원은 "이번 재보선에선 선거구가 많지 않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어떻게 하겠느냐"라며 "이번에는 공천을 안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의 반대로법개정이 안됐다'며 기초선거 후보를 공천한다면 앞뒤가 안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재보선 공심위의 결정이 조만간 최고위에 상정되더라도 의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