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위협에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차원의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들이 총망라돼 있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협력을 균형있게 추진하고 신뢰 수준에 따라 협력사업들을 단계적으로 이행해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이다.
9대 중점 추진과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핵 문제의 접근 방식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남북협력과 상호보완적으로 추구하기로 했다. 남북회담 시 북핵문제를 의제화하고 6자회담 등 비핵화 협상에 동력을 주입키로 했다.
비핵화와 남북협력 보완추진은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은 고수하면서 '강한 연계'보다는 다소 '느슨한 연계'를 통해 비핵화를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뢰 프로세스'에 포함된 각종 유인책으로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연계해 북핵은 북핵대로 악화되고 남북관계도 최악을 기록한 비판과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만큼 느슨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내외신브리핑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남북간 신뢰가쌓이면 그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한다"면서 "(나아가) 남북간 신뢰가 쌓이면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된 그런 내용도 남북대화의 어젠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핵화 진전여부와 무관하게 대북지원을먼저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북핵 불용이 정부 입장"이라면서 "비핵화 협상보다 남북대화를 우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비핵화와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투트랙"이라면서 "서로 경직적으로 연계된 것은 아니지만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첫 단계부터 비핵화와 연계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비핵화 노력을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외교부 차원의 비핵화 논의와 노력은 쉰 적이 없고 앞으로도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인도적 문제와 순수 사회문화교류로 '낮은 수준'의 신뢰부터 구축하겠다는 복안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지원품목 확대)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을 지속하고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실질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적절한 시기에 제의하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이른바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모색하기로 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순수 사회문화 교류도 일관되게 추진하기로 했다. 민족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사업을 우선추진하고 단계적으로 학술, 종교, 체육 분야의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류 장관은 '적절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을 벗어난 상태"라고, 사회문화적 교류에 대해서는 "5·24조치와 관련되는 방북 문제가 걸려있기는 한데 순수한 사회문화적 교류는 방북을 승인한다든지 검토해볼 수 있다"고 각각 말했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호혜적 교류·협력을 시행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5·24 조치로 막힌 남북교역과 대북투자 재개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5·24 조치는 무조건 해제가 아니라 북측과 대화 과정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풀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단된 금강산관광 해법도 분명히 했다. 류 장관은 "당국간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것은 최소한의, 관광재개를 위한 하나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산림 병충해 방제와 지하자원 개발사업 협의, 여건 조성시 서울·평양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신뢰 형성 및 북핵 진전에 따른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 등도 담았다.
한반도 정세와 북한 태도를 고려해 책임있는 당국간 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7·4 남북공동성명을 시작으로 남북 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 등기존 합의에 대한 이행의지도 밝혔다. 이행 상황에 대한 상시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평가를 토대로 이행 문제를 남북간 회담에서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뢰 프로세스가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를 당장 가로막고 있는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도 북측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박근혜 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일 대남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은 이날도 유일하게 남은 남북 소통채널인 군사당국간 통신선까지 끊었다.
류 장관은 "통일부가 오늘 발표한 인도지원이나 교류협력에 관한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태도"라면서 "지금 상황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적절한 때가 되면 언제든 필요한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