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국회의원 재선거를 이틀 앞둔 22일 민주통합당 김비오 후보와 통합진보당 민병렬 후보는 후보 단일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사진 왼쪽은 이날 오전 남항시장 앞에서 김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오른쪽은 이날 봉래시장 앞에서 민 후보가 유세하는 모습. 이진우 프리랜서

- 김비오, 중앙당 지원 힘입어
- 우위 노렸으나 지지율 정체
- 작년 양당간 거리 멀어졌고
- 양보땐 '존재감' 실종 우려

4·24 부산 영도 재선거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끝내 실패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민주통합당 김비오, 통합진보당 민병렬 등 3명의 후보가 당일까지 완주하게 됐다. 여권 후보는 1명인데 반해 야권에서는 2명의 후보가 나서게 돼 야권으로서는 버거운 싸움을 하게 됐다. 더욱이 여당 후보가 4선 국회의원 관록의 중진 정치인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비오 후보와 민병렬 후보가 단일화하지 못한 표면상의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의 지지율 추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선거전 초반 두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0% 남짓한 정도로 출발했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고 지지율이 한쪽으로 기울면 자연스레 단일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민주당 측은 제1야당인데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중앙당 지도부가 총력지원에 나서면 김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김 후보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는 등 상승세가 기대에 못미쳤다. 반면 금세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봤던 민 후보의 지지율은 15% 정도를 유지하며 만만찮은 저력을 보여줬다. 이런 추이는 최종 시한인 사전투표(19, 20일) 직전까지 이어지면서 단일화가 일찌감치 물건너갔다.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애초부터 양 측 모두 단일화 의지가 약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양당 간의 거리는 멀어져 있었다. 게다가 민주당은 3곳의 이번 재·보선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후보를 낸 영도에서마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통합진보당이 출마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민 후보가 지난해 총선에서 얻은 37.6%의 지지율을 내세우는데 이번에 미미한 지지율로 '쓴맛'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 야권 단일화 협상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 후보가 전통 지지층만 흡수하면 30% 지지율은 가능하고, 이 정도면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민병렬 후보의 입장도 별로 다르지 않다. 당의 지지율이 미미한 상황에서 현 최고위원인 민 후보마저 중도하차하면 당의 존립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일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후보를 양보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감정이 상한 점도 단일화 협의를 어렵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