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북한에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을 먼저 보여야 한다면서 한목소리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대화 공세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공조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다시 강조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사이에 북한이 핵무기를 더 고도화하는데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평소) 한미간에 긴밀하게 논의를 주고받고 있다"면서 "북미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의 언급은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의미한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를 통해 비핵화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해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내외신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 포기와 9·19 공동성명'을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 역시 북한의 회담 제의에 대해 비핵화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우리(미국)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다다를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원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 14일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인 북한 핵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대화와 관련해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20년간 진행된 북핵 협상에도 북한의 핵능력은 오히려 진전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미 양국에서는 북한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 북미간에 지난해 이뤄진 '2·29 합의' 이상의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2·29 합의 보름여만인 지난해 3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올해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면서 워싱턴에서는 대북 대화파의 씨가 말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정성의 조치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양자나 다자 차원의 비핵화 대화가 진행되려면 북한이 선제적인 결단을 통해 '대화를 통해 비핵화가 달성 가능하다'는 확신을 한미에 먼저 줘야 한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