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에 소송중인 생존자는54명 뿐입니다."

부산고법 민사5부(박종훈 부장판사)는 30일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된 피해자 5명의 유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피징용자 1인당 8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이 끝나고 부산지방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소송을 맡은 장완익 변호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살아 있을 때 보상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995년 12월 일본 히로시마 지방법원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고 1999년 패소했다.

이들은 국내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2000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 부산사무소가있는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07년 1심과 2009년 2심 재판에서 패소한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은 무려 18년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들은 소송 과정에서 모두 생을 마감한 상태였다.

민경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많은피해자들이 운명을 달리했다"며 "미쓰비시중공업은 패소를 통해 마지못해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기보다는 양국 판결을 존중함과 동시에 대한변협의 제안대로 재단설립을통한 포괄적 해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당장 손해배상금을 받기는 힘들 전망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재상고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최종 판결에는 다시 시간이 걸리게 된다.

대법원에서 부산고법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금 지불을 미룬다면 더 힘들어진다.

유족들이 국내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을 찾아내 가압류 등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협 장완익 변호사는 이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이 (어디있는지)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에서 인정한 손해배상 금액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부산고법은 강제노동에 종사한 기간, 노동의 강도, 근로환경과 자유 억압의 정도, 임금 미지급, 불법행위 이후 60년이 넘는 기간 원고 등의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강제징용 피해자 5명에게 1인당 8천만원을 지급하라며 했다.

이에 반해 서울고법은 지난 10일 신일본제철의 후신인 신일철주금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장 변호사는 "부산에서 소송을 한 피해자들은 히로시마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고 원폭 피해까지 입었기 때문에 부산고법이 서울고법보다 낮은 배상금액을 인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부산고법은 손해배상책임의 범위과 관련, "강제노동에 종사한 기간을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부산고법 사건 원고들은 1944년 8∼10월에 강제로 끌려가 해방 이후 귀국했고, 서울고법 사건 원고들은 1941년부터 2∼4년 정도 일본에서 강제 노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 있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