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난관'에 직면했다.

당정청이 내부 물밑조율을 거쳐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한 역풍이 예상보다 거세고, 정국이 간단치 않게 돌아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 나흘만인 12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데 따른 것이다.

정책수립 및 조율 단계에서 정무적 판단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된 형국이다.

일단 외견상 당 최고지도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박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세제 개편안의 수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표현이 어떻든, 이론(논리)이 어떻든 국민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증세"라면서 "국회와 여당이 중심이 돼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황 대표와 비슷한 발언을 쏟아냈다.

'강한 정책 여당'을 표방하고 있는 최경환 원내대표도 세제 개편안의 큰 줄기에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황 대표의 발언이 나온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박 대통령이 세제 개편안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당정청이 사전에 협의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책 확정에 앞서 좀 더 여론동향을 살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 초기에는 청와대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국회의 도움 없이는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이 별로 없다"면서 "당정청이 자주 만나 각종 현안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당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당정청의 주축들이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있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한 친박 의원은 "황 대표, 최 원내대표, 김 실장 모두 오랫동안 정치를 같이했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면서 "원만한 당정청 관계를 만들어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러나 주요 전국단위 선거를 앞두고 당청 관계가 '파열음'을 낸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현실 인식 하에 향후 당청관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보다는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야 사는 정당이 국민 여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금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나 국가정보원 문제로 가려 있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경제 문제가 집중 부각될 것"이라면서 "그때는 당청 간에 여러 면에서 이견이 표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깝게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당청 관계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