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등 개편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발표된 세법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심 흐름 심상치않다 보고에
- 향후 국정운영 동력 훼손 우려
- 10월 재·보선 악영향 차단 겨냥
- "서민지갑 다시 얇게 하는 것은
- 정부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
- 나흘 만에 전격 재검토 결단

박근혜 대통령이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세금폭탄' 논란에 대해 조기진화에 나선 것은 민심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중산·서민층이 정부에 등을 돌릴 경우 김기춘 비서실장체제를 가동하면서 하반기 국정을 다잡기로 한 구상이 흐트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법개정안에 대해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야당이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장외투쟁에 나섰을 때는 '해볼 테면 하라'는 기류가 강했으나, 세금폭탄에 대한 여론의 비난에 높아지는 데 대해서는 청와대가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신뢰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결국 민심이반과 여론악화가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세금폭탄 여론이 민주당의 장외투쟁 동력을 높여주고,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 함께 국정 다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세법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언급하게 된 배경에는 주말과 휴일 동안 민심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의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봉급생활자들의 조세저항이 본격화될 경우 국정운영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화 경향을 보여온 넥타이 부대가 다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불신과 불만을 가질 경우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 선거인 10월 재·보선 결과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국정운영에 이 선거의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세법개정안은) 과세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라는 원칙론 속에서도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을 내세워 수정론을 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