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간 입법경쟁 탓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지역 공약사항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된 것을 놓고 지역 정치권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소관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핵심을 꿰차고도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다 지역의원들 간 입법경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가 선박금융공사 설립 대신 부서 이전안을 발표한 27일 부산의 여당 정치권은 뚜렷한 대응방안을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이날 "정부가 공사 설립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하는 것엔 계속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는데 아쉽다"며 "앞으로 입법 과정이 남은 만큼 국회에서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진복 의원도 "대통령 공약사항을 관료들이 일하기 싫어 떠넘기듯 못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며 "아직 끝난 문제는 아닌 만큼 당 지역공약특위 등을 통해 방안을 찾겠다. 의원입법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WTO 제소 가능성이 있다는데 무조건 강행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사실상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것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후퇴한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정부 안대로 선박금융 관련 부서를 이전하되 인원과 조직을 더 확대하고 선박금융에 지원하는 자금비율을 확실하게 늘리도록 해서 선박금융공사 만큼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이 입법경쟁을 하며 혼선을 일으킨 부분도 설립무산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국해양대 이기환 교수는 이날 "선박금융공사를 일관되게 추진해도 어려울 판에 의원들 간 입법경쟁으로 선박금융공사니 해양금융공사니 논의가 분산됐고, 해양수산부에서 해운보증기금까지 들고나오는 등 여러 안이 나오면서 초점이 흩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공약 파기에 대한 지역 민심이 악화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 부산시당은 "표주고 뺨맞기"라며 이 부분을 쟁점화하고 나섰다.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해양수산부 부산 설치 무산, 신공항 논란에 이어 선박금융공사까지 무산됐는데 부산 시민들은 이 정부가 뭐하나 제대로 지키는 게 없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정부가 왜 지금 시점에 부산 정치권에 이런 부담을 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훈 위원장은 "어찌됐든 대통령 공약이었는데 무산된 데 대해서는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이든 누구든 부산에 와서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면서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 부분에 공감한 만큼 앞으로 그런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