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청회 절차 거치겠다 했지만

- 당초부터 부산이전 고려 안해

- 사실상 요식절차 그칠 가능성

- 선박금융공사 약속 파기 이어

- "또 뒤통수" 지역민심 부글부글

12일 새누리당과 안전행정부 당정에서 벌어진 해양수산부의 세종행 발표와 관련된 혼선을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수부 유치를 기대하는 부산 지역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해 '확정된 것은 아니다'는 말로 무마했지만 정부의 방침이 확인된 이상 돌이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가 남아 있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의 의견수렴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의 방향이 정해진 뒤에 거치는 요식절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선박금융공사 설립과 달리 부처 입지 문제는 국회 입법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정치권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부처 입지와 관련한 변경고시 절차는 공청회를 거쳐 안전행정부 장관이 계획을 수립한 뒤 대통령 승인을 얻어 관보에 고시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날 본지가 입수한 당정협의 자료에는 해수부와 미래부가 '이전 제외' 대상이 아닌 만큼 당연히 이전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설명만 가득 적혀 있었다. 또한 소관 업무를 종전에 수행했던 부처(해수부의 경우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행복도시 이전대상 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세종시로 간다는 논리였다. 당초부터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날 협의에서도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부산과 인천 등에서 유치 주장이 있지만 입지는 업무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로 타 지역으로의 이전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행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행부에서 오늘 해수부의 세종시 이전안을 가져왔고, 이에 안행위 내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공청회 등 논의 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확정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정책위에서 별도자료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으로 지역 민심이 안 좋은 상황에서 또다시 해수부 입지 문제로 민심을 흔들어 놓자 부산 정치권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유재중 부산시당 위원장 측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 대응할 경우 마치 세종시 안이 확정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불필요한 논란만 확대할 수 있어 반응을 자제하기로 했다"면서 "최고위원회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의 최고 실세인 김무성 의원이 4·24 재선거를 통한 입성 직후 "해수부 부산 설치는 (대선) 표심을 얻기 위해 주장했던 것"으로 세종시에 설치되는 것이 맞다고 '양심고백'을 한 바 있어 해수부 유치의 동력은 많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역의 한 의원은 "해수부가 부산으로 가는 게 좋을지 세종시에 남는 것이 좋을지 문제는 차치하고, 선박금융공사에 이어 해수부 이전안까지 대통령의 약속이 가볍게 여겨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약속을 뒤집는 결정을 할 땐 납득할 만한 설명과 충분한 토론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