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 측이 이전안 먼저 제안
- 선박금융업무 역량도 뛰어나
- 부산 여권, 정부 설득 나서기
- 사실상 공약 폐기 인정 부담
선박금융공사 설립 대안으로 나온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 부산 이전 안은 정금공 측에서 제안해 온 것이다. 산업은행과의 재통합이라는 정부 방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금공의 자구책이었으나 부산 여당 정치권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당초 이 안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의원들 사이에서 실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나 선박공사 설립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금공 부산이전 TF 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은 8일 "당초 선박금융공사 설립 공약은 선박·해양·해운업을 지원하는 특화된 금융기관의 본사를 부산에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렇다면 기왕에 있는 정금공을 다시 산은에 합칠 것이 아니라 정금공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는 것이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 의원들의 기본 입장은 관련된 일부 부서만 이전해 오는 '해양금융센터'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며, 그것이 정금공이 됐든 다른 이름이 됐든 특화된 금융기관의 본사가 와야 된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날 진영욱 사장의 퇴임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정금공 쪽에서는 이 같은 소식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금공이 선박금융업무를 전담할 경우 ▷WTO 보조금 시비로부터 자유롭고 ▷별도기관 설립보다 신속한 지원체계 마련이 가능하며 ▷정부 재정지원 없이 정금공 자체자금으로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금공은 자기자본 22조 원으로 국내 정책금융기관 중 최대이며 정부 재정지원 없이 100조~150조 원 규모의 자금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정책금융기관 총선박금융 공급액 32조8000억 원의 17.1%인 5조6000억 원을 정금공에서 담당하는 등 선박금융 업무 역량도 뛰어나다.
정금공은 본사의 부산 이전이 성사될 경우 기존 사업부문 외에 4개 부서 100명 수준으로 선박(해양)금융센터를 신설해 선박해양금융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정금공은 특히 이미 구축해놓은 외화조달(6개 프로그램, 250억 달러) 창구 역할과 KFW(독일부흥은행), IFC(국제금융공사), WB(세계은행) 등 해외 유수 금융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산의 국제금융도시 발전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부산 여당 정치권의 향후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가 지난 8월 발표한 정책금융 개편방안에서 정책금융공사를 산업은행으로 재통합하기로 한 만큼 우선 이를 철회하기 위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 TF는 당장 내주부터 해수부나 금융위 등 관련 부처와 접촉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의 방침을 되돌린다 해도 국회 차원에서 야당 및 타 지역 의원들의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부산 여당 정치권이 사실상 공약 폐기를 인정한 셈이어서 부산 민심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변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에 명분이 있었지만 정금공 본사 유치는 또 다른 문제여서 더 어려울 수 있다. 부산 여당 정치권이 헛발질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