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대형 건설사들의 로비로 당초 민간자본투자방식으로 추진하던 대운하 사업을 막대한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으로 바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사업방식 변경 후 이 전 대통령이 '대운하 컨소시엄을 유지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과, 일부 건설사를 달래기 위해 청와대가 입찰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15일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4대강 감사 문답서'를 토대로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문답서에 따르면 대림산업 A전무는 정부가 민자사업을 포기하고 재정사업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업체들 판단에 사업성이 없어서 현대건설을 통해 정부 측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해서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는 정부 시책이 변한 이유가 국민 여론 때문이 아니라 업체들의 요구 때문이었다는 진술"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사무총장도 이 의원의 질의에 "처음에는 민자사업으로 하다가 중단되면서 4대강 사업이 재정사업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대운하 포기선언 이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유지된 것은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때문이라는 진술도 나왔다.

문답서에는 현대건설 B전무가 "장석효 전 한반도대운하 TF(태스크포스)팀장에게'컨소시엄을 해체해야 하느냐'고 문의하자 장 전 팀장이 VIP(대통령)에게 전화한 뒤'여론 때문에 일시적인 문제이니 포기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해 유지했다"고 답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 의원은 또 "청와대가 담합을 더욱 안전하게 하기 위해 개입, 조정까지 한 정황을 발견했다"면서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이 낙동강 6개 공구의 턴키 입찰공고에서 한 업체가 1개 공구에만 입찰하도록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는 컨소시엄에 반발하던 두산건설에 공구를 나눠주기 위한 조치"라면서 "청와대-정부-건설사의 담합이 폭로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가 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림산업 내부 문건에 따르면 낙동강 32공구 사업자는 2009년 8월 삼성물산에서 같은 해 9월 두산건설로 변경됐다.

그러나 두산건설 측은 "정당하게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담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당시 4대강 사업 규모가 확대될 것을 건설사들이 미리 알았다는 사실도 새로 공개됐다.

이 의원은 2009년 1월 작성된 쌍용건설 내부 문건에 '4대강 개발사업의 전체 예산은 약 20조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같은 해 6월 확정된 22조원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건설사가 미리 알았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직거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국토부 공무원 중에 이 사실을 알았던 사람은 없었다. 주무 부처에서도 몰랐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