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졌던 제18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국회의원은 23일 "권력기관들의 대선 개입과 관권선거 양상은 실로 놀랍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문제해결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의원은 이날 오후 개인 성명에서 "박 대통령께 엄중하게 촉구한다. 즉각 실천에 나서기 바란다"면서 "검찰 수사에 가해지는 부당한 외압은 중단돼야 한다. 진실이 반드시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을 향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문 의원이 직접 지난 대선에 대해 불공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록 원본 삭제 논란과 관련, 수세 국면에 놓였던 문 의원이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어 "드러난 사실에 대해 엄정하게 문책해야 한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고 국가기관들을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결코 과거 일이 아니다. 미래의 문제다. 다음 대선에서도 국가기관이 동원되는 선거가 되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의 결단만이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진실을 덮으려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물론 박근혜 정부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부디 민심을 거역하는 길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드리는 권고다. 박 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거듭요구했다.

　문 의원은 성명 서두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 ▷권력기관과 군의 정치적 중립성 ▷수사기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정당하게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전제"라며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더구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외압이 행사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했다.

　문 의원의 이날 이례적인 성명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에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정치댓글 작성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 드러났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신 관권선거', '중대 국기문란 범죄'로 규정,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